나비와 광장(廣場) - 김규동
현기증(眩氣症) 나는 활주로(滑走路)의
최후(最後)의 절정(絶頂)에서 흰 나비는
돌진(突進)의 방향(方向)을 잊어버리고
피묻은 육체(肉體)의 파편(破片)들을 굽어 본다.
기계(機械)처럼 작열(灼熱)한 작은 심장(心臟)을 축일
한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虛妄)한 광장(廣場)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眼膜)을 차단(遮斷)하는 건
투명(透明)한 광선(光線)의 바다뿐이 없기에―
진공(眞空)의 해안(海岸)에서처럼 과묵(寡默)한 묘지(墓地) 사이사이
숨가쁜 Z기(機)의 백선(白線)과 이동(移動)하는 계절(季節) 속―
불길처럼 일어나는 인광(燐光)의 조수(潮水)에 밀려
이제 흰나비는 말없이 이즈러진 날개를 파닥거린다.
하―얀 미래(未來)의 어느 지점(地点)에
아름다운 영토(領土)는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푸르른 활주로(滑走路)의 어느 지표(地標)에
화려(華麗)한 희망(希望)은 피고 있는 것일까.
신(神)도 기적(奇蹟)도 이미
승천(昇天)하여 버린 지 오랜 유역(流域)―
그 어느 마지막 종점(終点)을 향(向)하여 흰 나비는
또한번 스스로의 신화(神話)와 더불어 대결(對決)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