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1
“제주도는 마음의 고향”
메이저리그가 지난 2월14일 투수-포수조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박찬호와 이상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투수 역시 새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의 제1선발 대접을 받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반면, 이상훈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이너리그 2년 생활 끝에 방출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재계약한 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박찬호와 이상훈은 여러모로 대비되는 투수다. 성격, 라이프 스타일부터 투구 패턴, 하다못해 옷차림까지도 상반된다. 꼼꼼하고 신중한 박찬호와 털털하고 거침없는 이상훈. 그러나 이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서울의 신림동 옥탑방에서 살던 이상훈이나 공주산성을 뛰어다니던 박찬호에게 ‘마음의 고향’은 모두 국토의 남단, 제주도라는 사실이다.
이상훈이 ‘인생의 스승’으로 모신다는 한화 이글스의 이광환 감독이 LG에서 ‘쫓겨난 뒤’ 내려간 곳이 제주도였다. 이감독이 제주 야구인의 집을 개설하는 등 지역 야구 부흥에 힘쓰면서 자연스럽게 애제자 이상훈도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이상훈이 3년 전인 99년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 체력훈련 장소로 택한 곳도 제주도였다. 이상훈은 당시 산기슭에 자리한 탐라대 야구부 기숙사에 머물며 러닝 등 체력훈련에 힘을 쏟았다.
이상훈의 운전면허 번호는 ‘제주’로 시작한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우연히 시간이 남아 면허시험을 치렀다는 것. 제주도의 풍광과 먹을거리에 반한 그는 신혼여행도 제주도 서귀포로 갔다.
박찬호에게 제주도는 ‘소생과 치료의 고향’이다. 박찬호가 제주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히면서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받았다. 박찬호는 지난 겨울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제주도에서 거의 절반의 시간을 보내며 허리를 치료했다. 98년부터 알게 된 경락치료사가 박찬호의 고질병 허리 통증을 치료해 준 것. 박찬호는 이를 비밀에 붙이다가 초등학교 야구대회 개회식날 자신 있게 “제주도에서 허리 치료를 받았는데 성과가 무척 좋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박찬호의 은사인 안병환 전 제주관광대 감독(현 서울고 감독) 역시 제주도 사람이다. 박찬호가 94년 다저스에 입단할 때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다저스 코치 연수를 받았던 안병환 감독은 90년대 초 경남상고 감독 시절 박찬호, 임선동, 차명주 등의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것이 계기가 돼 오늘까지 인연을 잇고 있다.
단일면적 대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대학 야구팀이 있는 제주도. 어쩌면 두 선수는 넘실거리는 제주도의 푸른 물결을 생각하며 스프링캠프의 피로를 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성원 /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rough@sportstoday.co.kr
주간동아 323호 (p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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