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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올림픽과 월드컵은 다른 대회, 역사가 말한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2. 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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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06

 

2014년과 2018년 두 개의 월드컵을 관통하는 한국 축구의 코드는 하계올림픽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들이 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섰거나 나설 예정이란 점이다.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맡았다. 내년 러시아에서 한국 축구의 명운을 짊어지게 될 신태용 감독 역시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벤치에 앉았다.

사실 어떤 하나의 대표팀이 ‘올림픽→월드컵’으로 이어지며 성적을 내는 공식은 이론적으로 꽤나 매력적이다. 올림픽에선 지난 1996년부터 23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24세 이상 와일드카드를 3명까지 쓰는 방식으로 연령 제한이 생겼다. 그리고 이 때부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깜짝 우승 내지 이변의 메달을 거머쥔 팀은 ‘황금세대’란 칭호를 달면서 하계올림픽 2년 혹은 6년 뒤 월드컵에서의 돌풍이 예고됐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가 들어맞은 적은 없었다. 1996년 나이지리아, 1998년 카메룬 등 두 아프리카 국가들의 올림픽 금메달은 그냥 금메달로 끝났다. 아르헨티나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카를로스 테베스와 리오넬 메시를 앞세워 2004년과 2008년 올림픽 2연패를 일궜음에도 월드컵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우승팀 멕시코 역시 아직은 ‘황금세대’란 이름만 달고 있을 뿐 성인 무대에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서진 못했다.

이는 올림픽과 월드컵의 두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수준이나 클럽들의 태도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독일은 23세 이하의 수준급 선수들을 클럽에서 차출 거부하는 바람에 엔트리 구성부터 애를 먹었다. 결국은 18명을 짰으나 한 클럽에서 두 명까지만 리우에 보낼 수 있다는 자체 규정을 만들었다. 독일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준우승까지 일궈낸 것이다. 2012년 가레스 베일(영국)처럼 스스로 올림픽에 동기부여를 느끼지 못해 불참하는 세계적 선수들도 적지 않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강에서 맥 없이 물러났던 벨기에가 그 멤버를 중심으로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올랐던 것 역시 ‘올림픽은 올림픽으로 끝난다’는 것을 말해준다.

 

▲ 황희찬이 지난해 7월3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국-스웨덴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며 드리블하고 있다.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역시 ‘올림픽→월드컵’ 루트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2014년에 느꼈다. 홍 감독을 비롯해 피지컬 트레이너까지 올림픽과 똑같은 코칭스태프로 월드컵에 출전했고 ‘런던 멤버’가 주축이 돼 싸웠으나 결과는 1무2패였다. 올림픽에선 통했던 무언가가 월드컵이란 벽 앞에선 무위에 그쳤다. 아스널에서 뛰지 못해 두 대표팀에 조기소집됐던 박주영이 올림픽에선 괜찮은 컨디션으로 동메달 획득에 공을 세웠으나 월드컵에선 초라하게 물러났던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그 때의 메달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성과였다. 다만 올림픽과 월드컵은 엄연히 다른 대회이며 외국, 특히 유럽 국가들의 준비와 자세, 선수 구성 등이 다르다는 얘기다.

신 감독은 지난 3일 조추첨을 마치고 귀국한 뒤 “리우에서 맞대결한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당시에도 피지가 들어와서 좋은 조라고 평가했지만 개인적으로 죽음의 조라고 생각했다.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치렀던 부분은 내게 상당한 노하우로 축적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끌던 리우 올림픽 대표팀은 브라질 현지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벌여 3-2로 이겼고 이후 본선에서 독일전 2-2 무승부, 멕시코전 1-0 승리를 챙겼다. 그 때의 팀들이 마치 짠 듯이 내년 월드컵에서 한 조에 편성됐으니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개인적으론 신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들이 올림픽과 월드컵의 엄청난 격차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 감독의 얘기는 3개국의 축구 스타일이나 우리의 대처 방법 등 전체적인 그림을 알았다는 뜻일 것이다. 선수들 역시 1~2번의 월드컵을 경험한 만큼 올림픽의 환호는 지웠을 것으로 본다. 리우 올림픽 멤버들도 몇몇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지원과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지난달처럼 콜롬비아 1.6군을 홈으로 불러 ‘한 숨 돌리기’ 차원의 평가전(물론 선수들이 일궈낸 승리는 위대하다)을 또 치렀다간 내년 6월 월드컵이란 대회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맛보게 될 것이다. 팬들도 격려하고 응원을 하되 한편으론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신중하게 평가,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를 관찰해야 한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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