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05.
잘 싸웠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 벤치 멤버들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다. 1위팀을 상대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전염병처럼 번지는 부상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음에도 패해서 더 아쉬운 서울 삼성이다.
체질개선에는 성공했다. 코트에 선 선수 모두 리바운드 하나, 루즈볼 하나에도 몸을 날린다. 하지만 핵심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후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고 이에 따른 체력 부담이 크게 다가온다. 가용 자원이 부족한 만큼 한계도 뚜렷해지고 마지막 4쿼터 고비도 넘기기 어려워진다.
4일 안양 KGC전와 홈경기가 그랬다. 1위팀을 상대로 시소 게임을 펼쳤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 리바운드 2, 3개를 놓친 게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격 1옵션 마커스 데릭슨이 지난 경기 중 부상으로 이탈한 여파가 마지막에 드러났다. 공격에서 비중을 크게 둔 장민국이 16점으로 활약했으나 4쿼터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베테랑 이정현과 김시래는 상대의 집중 견제로 고전했고 이원석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 팀의 중심선수로 보기에는 이르다.
▲ KGC 변준형과 양희종이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KBL 서울삼성과 안양KGC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자축하고 있다. / 강영조 기자 kanjo@sportsseoul.com
물론 부상 없는 시즌은 없다. 그래도 부상이 나온 시기가 너무 아쉽다. 1라운드 삼성의 업템포 농구를 이끌었던 이호현과 이동엽이 나란히 부상으로 빠졌다. 팀 컬러 교체가 불가피했다.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흔들었던 농구 대신 김시래와 이정현을 향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
여기에 공격 1옵션 데릭슨까지 빠지면서 저득점 경기로 전략을 강제 수정했다. 아시아쿼터 포워드 크리스찬 데이비드는 실종 상태에 가깝다. 데이비드와는 이별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 은희석 감독은 “데릭슨이 무릎 부상으로 6주 이상 이탈한다. 현재 대체 외국인선수를 알아보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데이비드를 두고는 “12월 중순 정도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캐롯전 정도로 시기를 보고 있다”면서도 “부상을 당했고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상황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도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전 준비는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큰 기대는 할 수 없다는 목소리였다.
▲ 삼성 은희석 감독이 지난달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농구 KT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러면서 은 감독은 “우리가 자원이 풍부한 상황이 아니다. 아시아쿼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대모비스 론제이 아바리엔토스, DB 이선 알바노, KGC 렌즈 아반도, 그리고 최근에는 LG 저스틴 구탕까지 모두 코트를 밟으며 소속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데이비드는 입단 후 4개월이 넘게 얼굴 조차 비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은 감독의 말처럼 선수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인데 마땅한 지원군이 없다.
마냥 아쉬움만 전하지는 않았다. 은 감독은 KGC전 석패 후 “오늘은 기대했던 민국이가 완전히 일어설 수 있는 경기였다. 다만 마지막에 수비와 리바운드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다음에 또 기회가 올 수 있다”며 “(김)광철이도 팀에 녹아드는 과정이다. 안주하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주면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희망을 전했다.
경기 전 데릭슨 이탈 소식을 전하며 “전생에 죄를 많이 졌나 보다”고 했던 은 감독이지만 “이호현이 2주 정도 후에는 돌아온다. 앞으로 2주 동안 지금 있는 선수들로 버텨보겠다”며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크리스찬 데이비드의 데뷔일 그리고 거취
“12월 22일 캐롯전을 보고 있다. 단, 부상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KBL은 2022년 5월 아시아쿼터제에 변화를 줬다. 순수 일본 선수만 영입 가능했던 아시아쿼터제를 필리핀 선수까지 확대한 것.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필리핀 선수의 가세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확률은 높았다.
부족한 전력을 메울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6개 구단이 필리핀 선수를 영입한 이유다. 이선 알바노(원주 DB)와 RJ 아바리엔토스(울산 현대모비스)는 팀의 중심 자원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다. 에이스급 선수로 거듭났다.
렌즈 아반도(안양 KGC인삼공사)와 저스틴 구탕(창원 LG)도 뒤늦게 팀의 핵심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KBL 1호 필리핀 선수인 SJ 벨란겔(대구 한국가스공사)도 KBL과 팀의 특성에 조금씩 녹아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제로 영입된 선수 중 2명만 데뷔하지 못했다. 한 명은 고양 캐롯의 모리구치 히사시(180cm, G)다. 일본 출신의 포인트가드. 지난 2일 울산 현대모비스전 엔트리에 포함된 게, KBL 경력의 전부다.
▲ 삼성 선더스의 이시안 쿼터 포워드 크리스찬 데이비드
나머지 한 명은 서울 삼성 소속의 크리스찬 데이비드(196cm, F)다. 데이비드는 필리핀 출신 선수 중 유일하게 데뷔하지 못했다. 데뷔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규리그 12인 로스터에도 들지 못했다.
데이비드는 2019~2020시즌부터 NCAA 버틀러대학에서 뛴 자원이다. 3점슛이 좋고, 속공과 리바운드 가담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삼성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공수 모두 포워드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데이비드의 역할을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는 1군 무대에도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에 합류했고, 합류 직전 연습 경기 후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삼성도 데이비드를 무작정 끌어올릴 수 없었다. 데이비드가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수술한 적 있기 때문.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은희석 삼성 감독은 지난 4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 전 “4주 부상을 얼마 전에 공시했다. 12월 말에 복귀할 예정이다. 12월 22일부터 4일 동안 3경기(12월 22일 : 캐롯, 12월 24일 : DB, 12월 25일 : 삼성)를 하는데, 그 때 복귀를 생각하고 있다. 더 빠를 수도 있다”며 크리스찬 데이비드의 복귀 시기를 예측했다.
그렇지만 “연습 경기를 뛰고 난 후, 무릎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실전 감각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결정’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계속해 “가용 인원이 풍부하지 않다. 아시아쿼터제를 사용했는데도, 단 한경기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만약에 부상 정도가 심하거나 회복이 어렵다면,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게 선수 본인을 위해서도 좋을 수 있다. 눈치만 보기 때문이다”며 ‘결정’의 의미를 덧붙였다.
물론, 데이비드가 복귀한다고 해도, 데이비드의 경기 체력이나 실전 감각은 100%가 아닐 것이다. 다만, 데이비드가 뛰는 동안 팀에 도움이 된다면, 삼성은 또 하나의 힘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부상 자원이 많은 삼성이기에, 뛸 수 있는 데이비드는 삼성의 큰 지원군이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듯, 데이비드의 몸이 계속 회복되지 않는다면, 데이비드는 계속 삼성의 로스터에 포함될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은희석 삼성 감독은 데이비드를 고민했다. 그래서 ‘결정’이라는 단어도 꺼냈다.
윤세호 기자 bng7@sportsseoul.com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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