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타임머신] ‘자유투의 달인’ 조성민·박혜진의 신기록 행진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23. 08:33

본문

2019. 12. 20.

 

KBL의 최근 화두는 바로 자유투다. 자유투. 즉 상대의 아무런 방해 없이 던질 수 있는 슛이다.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지 않고도 쉽게 득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KBL에는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됐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3라운드가 진행 중인 현재, KBL 10개 팀의 자유투 성공률은 69.8%다. 1997년 KBL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7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만큼 이번 시즌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걸 알려주는 기록. 특히 최근 2시즌부터 점차 떨어지기 시작한 자유투 성공률은 바닥없는 추락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과거 자유투 신기록을 세우며 팬들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킨 ‘자유투 귀신’들이 그리워진다. 갈수록 바닥을 치고 있던 자유투 성공률에 자유로웠던 조성민과 박혜진이 그 주인공이다.

▲ KBL 자유투 챔피언 조성민의 신들린 56회 연속 성공

2014년 1월 19일은 KBL 역사에 있어 새로운 기록이 탄생한 날이다. KT 소속이었던 조성민은 KGC인삼공사 전 4쿼터 종료 직전 최현민으로부터 파울 및 자유투를 얻어냈다. 2개의 자유투를 깔끔히 집어넣으며 48회 연속 성공했다. 이는 단일 시즌 최다 자유투 연속 성공 기록으로 종전 최다 기록은 46회 연속 성공한 문경은 감독이었다.

그러나 최고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열흘이 지난 1월 29일, KCC 전에 나선 조성민은 2쿼터 종료 38초 전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하며 최다 연속 성공 기록을 ‘54’로 늘렸다. 이는 2009년 11월 14일 문경은 감독의 52회 연속 자유투 성공 기록을 또 한 번 넘어선 것이었다.

당시 조성민은 “자유투 라인에 서는 매 순간이 긴장되고 떨렸다. 그래도 하나씩 고지를 넘어가다 보니 욕심이 생긴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고 그래서인지 더 신중하게 자유투를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거침없었던 조성민은 1월 31일 KGC인삼공사 전 4쿼터, 자유투를 실패하기 전까지 총 56회 연속 성공 기록을 썼다. 이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최고의 기록이다.

2014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기록 행진은 모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쉽게도 ‘56’에서 멈췄지만 해당 시즌 조성민의 자유투 성공률은 무려 89.9%. 더욱 소름 돋는 사실은 자유투 성공률 1위를 4차례 기록한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공률이었다(조성민은 2010-2011시즌 91.2%의 성공률로 1위를 차지한 이래 차례로 92.3%, 91.9%를 기록했다).

 

▲ WKBL의 철인, ‘바스켓 퀸’넘어 ‘자유투 여제’로 등극하다

조성민의 자유투 연속 성공 신기록이 세워지기 전 이미 WKBL에는 새로운 ‘자유투 여제’가 등극했다. 그 주인공은 우리은행의 박혜진. 종전 ‘바스켓 퀸’ 정선민이 보유하고 있던 최다 자유투 연속 성공 기록을 넘어서며 새 역사를 썼다.

박혜진의 자유투 연속 성공 신기록은 2013년 2월 21일 KB스타즈 전부터 시작됐다. KBL에 비해 경기수 및 일정이 비교적 여유로운 WKBL인 만큼 기록 달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꽤 길었다.

정선민이 보유한 42회 연속 성공에 도달한 건 2014년 1월 12일 삼성생명 전. 이후 1월 15일에 열린 KDB생명 전 2쿼터, 이경은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끝내 기록을 ‘44회’까지 늘렸다. 이후 3쿼터에 다시 한 번 이경은으로부터 얻은 자유투를 성공하며 45회를 끝으로 신기록을 마감했다.

정선민의 단일 시즌 최다 자유투 연속 성공 기록(38회)을 41회까지 이어간 것 역시 대단했다. 해당 시즌 박혜진의 자유투 성공률은 무려 94.9%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 자유투 귀신들의 신기록 비법은?

조성민과 박혜진은 큰 압박 속에서 자유투 연속 성공 기록을 새로 써 나갔다. 자유투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외로운 사투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고독함을 이겨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을까.

조성민은 “항상 나만의 템포로 똑같이 던지려고 했다. 자유투가 잘 안 들어갈 때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면 실패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심리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일단 자신에게 맞는 루틴대로 똑같이 던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자유투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확실한 루틴이다. 호흡은 물론 스텝, 볼을 튕기는 횟수 등 루틴의 종류는 개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확실히 자신의 루틴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비교적 다른 선수들에 비해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현역 시절 6차례 자유투 성공률 1위를 차지한 추승균 전 감독 역시 루틴에 대해 강조했다(추승균 전 감독의 자유투 성공률 1위 기록은 역대 최다).

“나는 자유투를 던지기 전에 림을 꼭 바라봤다. 요즘에는 림도 안 보고 던지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래서는 들어가기 쉽지 않다. 내가 던져야 할 곳을 정확히 보고 거리 조절을 한 다음 볼을 던져야 한다. 현역 시절 내내 자유투를 던지기 직전 림을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커리어 내내 평균 87.1%의 자유투 성공률을 뽐낸 정선민도 “자유투는 실전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얼마나 실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분이 클 것이다. 연습할 때는 100개를 던지면 다 들어가지만 경기 중에는 변수가 많다. 그러나 이건 선수들이 이겨내야 한다. 실수를 해도 루틴을 끝까지 지키려 했다. 발끝부터 손끝까지 모든 동작을 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박혜진은 어떤 이야기를 전했을까. 매번 인터뷰마다 자유투 관련 질문을 받았던 박혜진은 “못 넣어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던졌다. 이제는 실패할 때가 됐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하려 했다”라며 항상 같은 답을 전했다.

박혜진의 말처럼 부담을 갖는 것보다 아예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흔히 연습 때는 잘 들어가지만 실전에서 성공률이 반토막나는 선수들의 경우 심리적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지혜로운 것일까. 박혜진은 오히려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면서 가볍게 신기록을 썼는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조성민과 박혜진 이후 자유투 기록은 좀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KBL은 2017-2018시즌, 사상 최초로 외국선수(레이션 테리)에게 자유투 성공률 1위 타이틀을 빼앗기기도 했다. 2018-2019시즌 이관희가 다시 찾아오기는 했지만 성공률은 82.0%에 불과했다.

WKBL의 경우 KBL보다 비교적 나은 편이다. 매 시즌마다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유한 선수들이 한 명씩 나타나고 있다. 물론 박혜진을 넘어 연속 성공 기록을 쓸 주인공은 찾기 힘들다.

자유투는 단순한 1점이 아니다. 힘들여 얻을 2점, 3점보다 오히려 더 효율이 좋은 득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구일사(一球一死), 일구일생(一球一生). 공 하나에 죽고 공 하나에 산다는 뜻으로 야구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하나, 농구에도 일구일사, 일구일생의 정신은 필요하다. 바로 자유투에서 말이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점프볼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