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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여자농구 별들의 추억 담긴 장충체육관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2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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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1. 04.

 

장충체육관은 한때 여자농구의 상징이었다.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오는 6일 장충체육관에서 개막한다. 2005년 이후 1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번 올스타전에선 과거 한국여자농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별들이 모여 3x3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장충체육관은 1980년대부터 한국농구의 모든 것을 담은 추억 덩어리다. 남자농구에선 이충희, 故김현준, 허재, 이상민, 우지원 등이 최고의 스타로 등극하며 ‘오빠부대’를 이끌기도 했다. 한국여자농구 역시 크게 밀리지 않았다. ‘무적함대’ 태평양화학을 이끌던 박찬숙을 비롯해 정은순, 유영주, 전주원 등 최고의 스타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전성기를 이끌었다.

 

WKBL 출범 이후, 장충체육관은 조금씩 잊혀져 갔다. 2002년부터 올스타전 및 챔피언결정전 등 다양한 중립경기가 펼쳐졌지만, 2011년 4월 1일을 끝으로 더이상 여자농구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WKBL은 여자농구 역사의 숨결이 깃든 장충체육관에서 2005년 이후 13년 만에 올스타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 연고 구단이 없는 WKBL의 입장에서 서울에서의 올스타전 개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또 여자농구 부흥을 위해 ‘레전드’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장충체육관에 발길을 옮길 팬들의 마음은 얼마나 설렐까? 그러나 이들보다 더 설렐 수 있을까? 오랜만에 장충체육관에 설 스타들 말이다.

먼저 WKBL 경기운영본부장이자, 당시 여자농구의 제왕이었던 박찬숙은 “농구대잔치 이전에 종별선수권이나 쌍룡기 대회 등 여러 대회들이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사실 장충체육관은 내게 있어 행복 그 자체다. 매 대회마다 MVP, 득점, 리바운드는 모두 내 차지였으니까(웃음). 옛날에는 폐회식도 했었다. 모든 선수들 앞에 서서 최고의 상을 받으니 행복하더라. 또 팬들도 체육관을 가득 메워 엄청난 응원을 해주셨다. 입석도 모자라 다 들어가지 못했을 정도니까. 13년 만에 다시 돌아가게 돼 설렌다. 다시 시집가는 느낌이랄까(웃음). 가슴이 설레고 괜히 즐겁다”고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숙 이후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로 군림한 정은순 KBSN 해설위원은 “생애 처음으로 장충체육관에 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성여중 1학년 때 체육관 천장이 너무 높아 어지럽기도 했다(웃음). 위를 올려다보면 형형색색 천이 빙글빙글 돌아가서 신기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어렸을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 리모델링 이후, 아예 다른 체육관이 됐다고 하는데 너무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정은순과 함께 1990-1991시즌 농구대잔치 신인상을 수상한 유영주 해설위원은 “장충체육관은 좋은 기억만 가득한 곳이다. 쫄쫄이 유니폼을 입고 뛴 적도 있어 절대 잊지 못한다(웃음). 예전에는 팬들이 많이 와주셨던 기억이 있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함성 소리가 커 경기를 뛸때마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지금은 그런 느낌을 받기 힘들겠지만, 올스타전만큼은 기대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여자농구의 축제를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실 장충체육관하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첫 번째 은퇴와 복귀, 그리고 그해 우승을 함께 했던 전주원이다. 2004년, 출산을 이유로 은퇴했던 전주원은 장충체육관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이후 신한은행배 2005 여름리그에서의 복귀전,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순간까지 모두 장충체육관에서 함께 했다.

전주원 코치는 “아직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장충체육관은 내게 있어 정든 곳과 같다. 13년 만에 장충체육관에서 다시 열리는 올스타전이 기대된다. 걱정도 있다. 3x3 매치를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걱정이다. 아무래도 ‘예능모드’로 해야 하지 않을까. 모두 예전처럼 못 뛸 텐데 재밌게라도 해야 한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남겼다.

직접 올스타전 참가는 안하지만, 장충체육관에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최고의 스타도 있다. 바로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성정아다. 지금은 한국농구 최대 유망주 이현중의 어머니로 알려졌지만, 성정아는 자타공인 한국여자농구 최고의 레전드다.

“사실 잦은 부상 탓에 장충체육관에서 뛴 기억이 많지 않다. 국제대회가 몇차례 치러지며 참여는 했지만, 농구대잔치 때는 매번 누워 있었던 것 같다(웃음). 그래도 가장 재밌고, 신나게 뛰어다녔던 시절을 장충체육관과 함께 했다. 이번에 올스타전이 열려 찾아가볼 생각이다.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지 기대가 된다.” 성정아의 말이다.

이외에도 전주원, 정선민,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 등 여자농구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들이 장충체육관을 빛냈다. 지금보다 연봉은 적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을지 몰라도 농구 팬들로 가득 찬 장충체육관에서 뛰었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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