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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대표팀에 자신감, 축구계엔 위기감이 필요하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2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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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7. 06

 

‘격동의 3주’를 보낸 한국 축구의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신태용 감독이 뽑혔다. 사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전체 10경기 중 80%인 8경기를 소화한 상태에서 경질됐기 때문에 누가 봐도 지금 시점에서 최선책으로 여겨지는 감독 재목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좀 더 일찍 하차했더라면 1~2경기의 조정기를 고려하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새 감독을 낙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다음달 열리는 이란전, 우즈베키스탄전을 결승전처럼 치러야 하다보니 이것저것 단점부터 따질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100% 눈에 들어오는 지도자는 없었다. 그래도 신 감독은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기대로 바꿀 수 있는 좋은 차선책이라고 본다.

신 감독이 괜찮은 선택으로 축구계에서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는 축구 외에도 분위기 반전에 탁월한 소질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아시아에서 한국의 실력은 누가봐도 ‘톱 클래스’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실력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유럽파는 물론 중국파까지 소속팀 경기 결장이 잦아지면서 100%의 전력을 구축해 나선 경우가 최종예선 들어 거의 없었다. 승패를 떠나 ‘이게 한국 축구다’라고 할 만한 경기가 8경기 중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수비 불안이 끊임 없이 노출되다보니 태극전사들이 스스로를 믿지 못해 실점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분위기도 좋을 턱이 없다. 그런 면에서 신 감독의 강점이 짧은 시간 잘 발휘될 것으로 기대한다.

 

▲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렸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자신이 쓴 저서 ‘리딩’에서 “리더십의 본질은 감춰진 5%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소통 및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인데 신 감독 역시 소통과 ‘형님 리더십’을 통해 태극전사들의 떨어진 자신감, 더 나아가 그 동안 발휘되지 못했던 5%를 끌어낼 수 있는 국내파 지도자라는 평이다. 이미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 탈락으로 확 가라앉은 U-20 대표팀을 살려 지난달 끝난 U-20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려놓은 사례가 그의 리더십을 잘 설명한다. 지금 성인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신 감독은 그것을 살려줘야 한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필요하다면, 축구계엔 반대로 긴장감과 위기감이 필요하다. 슈틸리케 전 감독이 졸전 속에서도 상대국들의 동반 부진으로 본선 직행권인 2위를 유지하다보니 축구인들 사이에선 여전히 러시아행에 대해 “본선은 가겠지만…”이라는 낭만적인 현실 인식이 팽배하다.

 

물론 한국(승점 13)이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보다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에서 모두 앞서다보니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런 안일한 시각이 지금의 최종예선 막판 감독 교체 사태를 초래했음을 부정해선 안 될 것이다. 지금도 이런 저런 수치를 따져가며 “그래도 본선행에 70~80%의 확률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낙관적인 견해를 펼치는 이들이 많다. 9월5일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날 때까지는 ‘벼랑 끝’이란 심정으로 ‘신태용호’ 지원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밑으로 떨어지는 한국 축구가 그나마 꼭지점을 찾아 위로 솟아오를 수 있다. B조에서 승점 17로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호주 및 사우디아라비아(이상 승점 16)의 추격을 보며 “각 조 3위간 플레이오프, 특히 한국과 싸우는 시나리오도 준비해야 한다”는 일본 축구의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배울 필요가 있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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