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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축구인의 비극, 더 이상은 안 된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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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6. 21.

 

또 하나의 축구인 죽음이 주말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전 스카우트 A씨는 10여년 넘게 프로구단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축구인이었다. 기자들과도 두루 친분이 있어 필자 역시 깊지는 않지만 고인과 여러 사연을 갖고 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고, K리그 경기장에서도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곤 했다. 고인이 전북 구단과 선수들을 자주 칭찬하던 기억이 난다. 지난해 공판 때도 한 차례 봤는데 체중이 쭉 빠진 채 수척해진 모습이 지금도 아련하다.

한편으론 축구계에 왜 이런 비극이 이어지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2011년 K리그를 강타한 승부조작 사건 때 우리는 안타까운 소식을 너무 많이 들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전 인천 골키퍼 윤기원과 승부조작 브로커로 활동하다가 호텔방에서 목숨을 끊은 전 프로축구 선수 정종관 씨, 자택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한 이수철 전 상주 감독, 승부조작 혐의로 징계를 받다가 아파트에서 투신한 전 프로축구 선수 이경환 씨 등의 사건은 매번 축구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2년 전엔 용병 비리 혐의로 쫓기던 당시 모 구단 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일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 A씨의 비보가 전해졌다.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 하지만 귀한 축구인들이 세상을 떠난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간의 한국 축구, 더 나아가 스포츠계에서 쉬쉬하던 병폐들이 세상의 변화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어서 애통하기 짝이 없다. 댓가도 너무 가혹했고, 그 중엔 유족들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가장 공정하고 깨끗한 것이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고 본질이다. 공 하나만 갖고 많은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축구는 더욱 순수하다. 그런 축구를 두고 극단적인 결정이 터져나왔다. 축구는 맑은데 축구판은 어지럽다. 연이은 비극을 개인의 유고로 따로따로 보지 말고,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되는 축구계의 의무로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힘든 시기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 제2의 차범근과 제2의 박지성을 위해 땀을 흘리는 많은 선수 및 꿈나무들에 대한 예의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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