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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악사를 위하여 - 강병석

한국의 名詩

by econo0706 2007. 3. 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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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클립아트

 

맹인 악사를 위하여 - 강병석

 

난장에 몰려드는 얼씨구 거리의 악사들
귀먹은 마이크 잡고 입술 달삭인다.
바람 모짐 바람 불고 알몸으로
춤추는 눈먼 바람 불어오고
이 땅의 슬픈 언어들 춤을 춘다.
짧은 날개 퍼덕이는 닭춤을 춘다.
이 땅의 가벼운 언어들이 바람을 타고
휘말려서 아무데나 쓸어박힌다.
앰프에서는 녹음된 누구의 노래가
보이지 않는 삼인조 밴드의 반주를 타고
출렁거린다.
바람 눈 먼 바람 춤추어오고
손뼉치는 거리의 악사들
귀먹은 마이크 잡고 입술 달삭인다.
누구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누구의 가락을 타고
이 땅의 눈먼 악사들이 춤을 춘다.
두 손 모아 쥐고 눈 지긋이 감고서
얼씨구, 괴춤 내려간다 흔들면서
이 땅의 구겨진 언어들 날아다닌다
검불처럼 휴지처럼 이리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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