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 14.
“정말 행복해요.”
13일 FC서울 2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의 한 호텔에서 만난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31)는 핼쑥해 보이는 얼굴에도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올겨울 서울과 전격적으로 6개월 단기 임대 계약을 맺은 그는 축구 선수로 전성기 나이에 부활이 절실하다. 이날 서울은 J3 소속 테가바자로와 평가전을 치렀는데 황의조는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그가 선수단에 합류한지 일주일밖에 안 된 만큼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면서 적응하도록 배려 중이다. 이날도 출전 시간을 조율하려고 했는데, 황의조 스스로 풀타임을 자처했다고 한다. 2주도 채 남지 않은 리그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공수를 오가며 많이 뛰면서, 쩌렁대는 목소리로 동료와 소통하려고 애썼다.
“훈련하고 경기를 뛰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입을 연 그는 “동료인 (기)성용이 형은 어릴 때부터 대표팀 생활을 함께했고, (나)상호는 지금 대표팀에서 같이 뛴다. 의지할 선수가 있으니 심적으로 편하다”고 웃었다.
▲ FC서울 황의조가 지난 13일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 있는 고쿠부경기장에서 진행된 팀 동계전지훈련에 참가해 땀흘리고 있다. / 제공 : FC서울
유럽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며 국가대표 ‘붙박이 원톱’으로 거듭난 그는 2022~2023시즌 시련의 연속이었다. 유럽 진출 팀인 지롱댕 보르도(프랑스)가 2부로 강등하며 황의조는 주요 팀 러브콜을 받았는데, 이적 협상 절차가 늦어지며 프리시즌을 충실하게 못 보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노팅엄 포리스트 입단을 확정한 뒤 같은 구단주가 있는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서 한 시즌 임대 생활하는 것을 받아들였으나 컨디션 난조로 전반기 12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설상가상 올림피아코스가 조기 임대 해지를 선택, 황의조는 한 시즌 3개 팀에서 뛸 수 없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으로 유럽 잔류가 어려워졌다.
유럽과 다른 ‘춘추제(봄부터 가을까지)’로 시행하는 리그에서만 뛸 수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네소타와 애틀랜타 등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구단이 관심을 보였다.
황의조는 “노팅엄가서 올림피아코스 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는데, 늦게 합류해서 빨리 무언가 보여주려다가 꼬인 것 같다. 중간에 감독도, 전술도 바뀌었다”며 “그리스에서 유로파리그도 뛰면서 좋은 경험할 것 같았는데 기대와 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로 더 뛰고 싶은데 (막판엔) 그렇지 않아서 힘들더라. 또 동료인 (황)인범이와 함께 뛰면서 월드컵도 좋은 컨디션으로 가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부활을 다짐한 황의조의 선택은 프로 데뷔팀 성남FC(전 성남 일화) 시절 은사인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다. 원소속팀 노팅엄도 6개월 임대 이적을 허락했다. 그는 “솔직히 미국행 왜 고민 안 했겠느냐. 갔다면 연봉도 지금보다 더 받으면서 뛸 수 있었다. 그러나 긴 계약 기간을 원했다. 내게 중요한 건 6개월 뒤에 유럽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며 “(익숙한 K리그의) 서울에서 원하는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시절 모습. / EPA연합뉴스
전,현직 국가대표 동료. 자신을 잘 아는 지도자를 만난 건 행운이다. 다만 축구 색깔은 과거와 다르다. ‘질식수비’로 유명한 안 감독은 서울에서 ‘포지션 파괴’를 앞세운 후방 빌드업을 추구한다.
황의조는 “감독께서 성남 시절엔 엄청 콤팩트하게 서서 수비 잘하고 한 골 넣으면서 이기는 축구를 지향했다. 지금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공간을 찾는다. 프랑스에 있을 때도 서울이 풀백을 중앙으로 좁히고, 포지션에 관계없이 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 역할은 결국 골을 넣는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또 안 감독처럼 빌드업을 중시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지난해까지 대표팀에서 4년 동행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되리라고 봤다.
6개월 뒤엔 이별이나 그는 ‘서울맨’으로 책임감도 강조했다. “K리그에서 뛸 때 서울은 늘 무게감 있는 선수가 많았다”고 말한 황의조는 “전북, 울산 등 좋은 팀이 많지만 서울도 다시 우승 경쟁하고 리그를 이끌어가는 팀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돕겠다. 응원해달라”고 웃었다.
김용일 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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