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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사령탑 교체의 계절, 새 감독 면면과 트렌드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2. 9.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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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오면, KBO 리그엔 축제가 열린다. ‘가을 잔치’라 불리는 포스트시즌이다. 하지만 그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에게도 다른 의미로 찬바람이 분다.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지 못한 감독들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하는 시기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다섯 팀 가운데 세 팀이 감독을 교체했다. 전임 감독이 명예 퇴진한 SK를 포함해 총 네 명의 사령탑 얼굴이 바뀌었다. 두 팀이 ‘구관’, 다른 두 팀이 ‘신관’을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공통점이 있다면 매번 감독 교체 시기마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이 더 이상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갈수록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인식이 KBO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전임 감독이 쓸쓸하게 떠난 자리에 새로 앉게 된 신임 감독들 역시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과 싸워야 한다.

 

▲ NC 다이노스 2대 사령탑에 임명된 이동욱 감독 / 사진=NC

 

# NC가 선택한 ‘무명 감독’ 이동욱


5강 팀들이 가을 잔치에 한창이던 10월, 최하위 NC는 가장 빠르게 새 감독을 찾았다. 10월 17일 이동욱 전 수비코치(44)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NC는 지난 6월 ‘초대 사령탑’ 김경문 전 감독을 내보내고 유영준 당시 단장을 감독대행에 앉혔다. 김 감독의 계약 기간이 2019년까지 남은 상태였지만, 팀이 하위권으로 떨어지자 ‘개국 공신’에게 철퇴를 내렸다. 

이 신임 감독은 2012년 NC 구단이 출범할 때부터 코치를 맡아온 창단 멤버다. 출발을 함께했던 김 감독에 이어 2대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1974년 생으로 현역 사령탑 가운데 최연소. 경력이 일천한 젊은 감독인 만큼 계약기간도 짧고 몸값도 다른 감독들에 비해 적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계약금과 연봉 각 2억 원을 받는다.

넥센이 주도했던 ‘깜짝 발탁’ 대열에 합류했다. 넥센은 2013년 염경엽 감독, 2017년 장정석 감독을 차례로 사령탑에 앉히면서 경력이 화려한 외부 인사보다 팀에서 잔뼈가 굵고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새 얼굴에게 중책을 맡기는 트렌드를 만들었다. 이 경우 팀에 특화된 운영이 가능하고 프런트와 소통이 원활하다는 강점이 있다. 김 전 감독과 의견 충돌이 잦았던 NC 프런트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새 감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대를 졸업한 이 감독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롯데에서 7년간 선수로 뛰었다. 2004년 롯데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해 2007년 LG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부터는 NC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다. 지난해까지 NC 1군 수비코치로 활동하다 올해 재활군 수비코치를 맡았다. 

이 감독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끈끈한 수비, 확률 높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면서 ‘엔트리 선수 28명 전부가 참여하는 데이터 야구’를 향후 NC의 팀 컬러로 내세웠다. NC 구단이 늘 강조해온 ‘데이터’와 ‘팀워크’의 중요성을 스스로의 모토로 삼았다. 

NC는 선수 시절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 감독을 선임한 대신, 코치진을 스타플레이어 출신들로 구성했다. KBO 리그 최고 우완 투수 가운데 한 명이던 손민한, 통산 2000안타를 치고 은퇴한 이호준,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출신인 이종욱 등이 코칭스태프로 새롭게 합류했다. 

무명 감독과 스타 코치진 사이의 균형 문제도 NC가 풀어 가야 할 숙제다. 이 감독은 한때 제자였던 신임 코치들에게 “팀을 잘 아는 분들이다. 선수 성격, 성향 등을 잘 파악해 정확한 지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2019년 프로야구 3강 후보로 SK·두산·키움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왼쪽 사진부터 염경엽 SK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장정석 키움 감독. / 사진:연합뉴스

 

# 또 다시 두산 출신 감독을 모셔온 KT 

그 다음은 막내 구단 KT 차례였다. KT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였고, 올해 역시 9위로 시즌을 마쳐 ‘탈꼴찌’에 만족해야 했다. 대형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을 영입하고 ‘괴물 루키’ 강백호가 탄생한 시즌이라 더 아쉬운 결과였다. 결국 김진욱 감독이 10월 18일 자진 사퇴 소식을 전했다. 김 감독도 계약 기간 1년을 남겨뒀지만, 전부 채우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 이강철 KT 감독은 1년 후배인 김태형 두산 감독과 2년 후배인 염경엽 SK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 사진:연합뉴스


KT는 이틀 뒤인 10월 20일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조범현-김진욱 감독에 이은 KT 3대 사령탑이다. 선수 육성과 선수단 통솔 능력이 뛰어난 김경문 전 NC 감독을 비롯해 여러 인사가 물망에 올랐지만, KT는 해태 시절 카리스마 넘치는 클럽하우스 리더였고 은퇴 후에도 여러 팀에서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이 신임 감독을 선택했다.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포함 총액 12억 원에 사인했다. 

이 감독은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선수 시절 경력으로 최상위 레벨에 속한다. 광주제일고와 동국대를 졸업한 뒤 1989년 해태(현 KIA)에 입단했고, 이후 16년간 프로 선수로 뛰면서 KBO 리그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 감독이 남긴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2005년 은퇴 후 KIA 2군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KIA 1군 투수코치와 넥센 수석코치를 거쳐 2017년 두산 2군 감독을 맡았다. 2018시즌에는 두산 수석코치를 맡아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다만 이 감독이 몸담고 있던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채 시작하기도 전에 감독 내정이 발표된 탓에 KT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두산은 불과 1년 전에도 한용덕 수석코치가 한화 새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문 속에 한국시리즈를 치렀기에 더 그랬다. KT는 “감독 수락과 발표 시기를 놓고 고민이 많았지만 두산과 상의한 끝에 차라리 미리 발표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고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공교롭게도 SK에 밀려 우승을 하지 못했고,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정식으로 KT 감독으로 취임했다. 

▲ 2004년 롯데 11대 감독 시절의 양상문 감독. / 일요신문 DB

 

# 13년 만에 양상문 감독과 손잡은 롯데

 

시즌 막바지까지 5위 싸움을 하다 밀려난 7위 팀 롯데도 곧바로 팀을 재정비했다. 10월 21일 “양상문 LG 단장을 제18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양 감독은 2년 동안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을 받는다. 조원우 전임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재계약을 했지만, 계약 기간을 2년이나 남기고 롯데 더그아웃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올랐던 롯데가 올해 7위로 추락하자, 여론이 싸늘해진 탓이다. 롯데는 조 감독과의 이별을 자진사퇴로 포장하지 않고 “경질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양 감독은 롯데와 인연이 길고도 깊은 인물이다. 1985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뒤 1994년 롯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롯데의 11대 감독으로 부임해 2005년 10월까지 팀을 지휘한 경력이 있다. 13년 만에 롯데 감독으로 복귀한 셈이다. 팀을 떠난 뒤에는 해설자와 LG 코치로 일하다 2009년 롯데 2군 감독으로 부임했다. 2010년에는 롯데 1군 투수 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4년 5월 LG 사령탑에 오른 양 감독은 2017시즌 종료 뒤 감독에서 물러나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결국 고향 팀 롯데의 러브콜을 받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전국구 인기 구단인 롯데는 유독 감독이 성적에 대한 압박을 크게 받는 구단이다. 양 감독은 “마음이 무겁다.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팬들의 성원에 응답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 한국시리즈 우승팀 SK의 새 감독은 염경엽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5강 팀 가운데 유일하게 감독을 교체했다. 예정됐던 일이다. 외국인으로는 첫 ‘우승 사령탑’이 된 트레이 힐만 감독이 정규시즌 종료를 앞두고 “구단에서 재계약을 제안해 왔지만, 고심한 끝에 내년에는 SK 감독으로 돌아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한 뒤였기 때문이다. 2017년 KBO 리그 역대 두 번째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힐만 감독은 첫 시즌 5할대 승률에 성공하며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두 번째 시즌인 올해는 SK를 정규 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했다. 좋은 성적을 남긴 사령탑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명예롭게 퇴진하는 장면은 아마도 모든 구단과 감독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아름다운 이별’일 터다. 힐만 감독은 2년간 머문 KBO 리그와 SK에서 ‘박수 받을 때 떠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는 예상대로 염경엽 현 단장이 선임됐다. SK는 한국시리즈 종료 다음 날인 11월 13일 “제7대 감독으로 염 단장을 선임하고 3년간 계약금 4억 원, 연봉 7억 원 등 총액 25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린 지 12시간도 채 안 돼 새 감독 체제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염 단장은 넥센 감독으로 재임하던 2년 전, 잔여 계약기간 1년을 포기하고 SK 단장으로 부임했다. 이미 그 전부터 야구계에 “염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상황이었다. 힐만 감독이 SK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뒤에는 다시 “염 단장이 새 감독으로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기정사실로 떠돌았다. 그리고 결국 염 감독은 2년 만에 ‘단장’이라는 장막을 걷고 SK 감독석에 앉게 됐다. 
 

▲ 염경엽 / SK와이번즈 제공


연봉 7억 원은 KBO 리그 감독 역대 최고액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 김기태 KIA 감독, 류중일 LG 감독, 김경문 전 NC 감독이 종전 최고인 연봉 5억 원을 받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현역 감독 세 명보다 염 감독이 2억 원이나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점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SK는 전임 힐만 감독의 연봉이 60만 달러(약 6억 8300만 원)라는 점과 단장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는 점을 고려해 가장 높은 연봉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1991년 인천 연고팀인 태평양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00년까지 현대에서 내야수로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 현대 프런트를 시작으로 2007년 현대 코치-2008년 LG 프런트(스카우트→운영팀장)-2010년 LG 코치-2012년 넥센 코치를 차례로 거치며 프런트와 현장을 오갔다. 2013년 넥센 감독으로 선임돼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지난 2년간은 SK 단장 업무를 해왔기에 팀의 내부의 상황과 방향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SK는 “염 신임감독이 구단 이해도가 높은 데다 데이터 분석력을 포함한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판단에 따라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했다”고 했다. 

 

배영은 / 일간스포츠 기자

 

자료출처 : 일요신문 [제13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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