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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전력투구하라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2. 9. 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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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19

 

지난 7일, 2022 발리볼 챌린저 컵을 대비해 한창 훈련 중인 남자 배구 대표팀 선수들 만나기 위해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내가 방문한 날은 마침 한국전력과 연습경기가 잡혀있었다. 훈련장을 문을 여니 양 팀 선수단 30여 명이 활기차게 연습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 남자 대표팀은 베테랑 한선수(대한항공)와 신영석(한국전력), 최민호, 전광인(이상 현대캐피탈) 그리고 신예 임성진, 박찬웅(이상 한국전력), 박경민(현대캐피탈) 등이 소집돼 무더운 날씨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대회를 준비 중이다.

연습경기에 앞서 워밍업을 하는데 가장 먼저 부상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임동혁은 최근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곽승석(이상 대한항공)은 전날 리시브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경기에 투입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예상외로 박빙의 승부였다. 대표팀은 소집 이후 첫 연습경기여서 그런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여러 선수들이 교체를 해가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대표팀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나경복(우리카드)과 허수봉(현대캐피탈)이 좋은 컨디션으로 팀을 이끌고 있어 위안이 됐다.

남자 대표팀이 출전하는 발리볼 챌린저 컵은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관하는 공식 대회다. 지금 당장 우리 대표팀이 처한 상황에 대입을 해보자면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 포인트가 주어진다. 2023년 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남자대회 출전권도 걸려있다.

올해 대회는 우리나라가 주최국이 되어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총 8개국이 참가하여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회로, 단 한 번의 패배는 탈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매 경기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연습경기를 지켜본 내 마음은 기대 반 우려반이었다. 대표팀이 홈 이점을 잘 살려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기대와 대표팀이 지금보다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범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한 범실은 없다. 우리가 힘겹게 만든 점수도, 상대에게 너무나도 쉽게 줘버리는 실점도 똑같은 1점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훈련하는 이유는 서로의 약속을 정하기 위해서다. 상대가 플레이를 잘해서 가져가는 점수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약속한 대로 플레이를 한다면 상대가 쉽게 점수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과거 한국 남자배구의 전성기를 회상하면 악착같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력의 승리라는 말도 언론을 통해 많이 전해졌다. 나는 이 부분을 볼에 대한 집념이라고 부르고 싶다. 볼에 대한 강한 집념으로 1점을 만들어 내고, 그 점수가 25번 모여 세트를 따고 경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할 국가는 호주와 튀르키예, 카타르, 튀니지, 칠레, 쿠바, 체코인데 어느 한 팀도 쉽게 볼 팀이 없다. 튀르키예와 체코는 2021년과 2022년 유럽 골든 리그 우승 팀이다. 쿠바, 튀니지, 칠레, 카타르 역시 각 대륙의 상위 랭커들이고, 호주 역시 2022년 VNL에서 강등돼 우리와 경기를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리가 앞선다고 볼 수 없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 만에 출전하는 첫 국제 대회, 그리고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 우리 대표 선수들의 부담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들이 있다.

팀에는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는 선후배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 훈련과 경기에서 동료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할 수 있다’라는 강한 집념을 보여주며 경기를 이끌어 가는 선수라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팀에 리더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팀은 더 단단해진다고 생각한다. 주장 한선수부터 막내 임성진, 박경민까지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지금 대표팀은 힘을 모아야 한다. 대표팀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 대한 배구협회 제공

 

국가대표 경기는 언제나 더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특히 이번 대회는 2023년 VNL 출전권과 랭킹 포인트가 많이 걸린 대회이고,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이다 보니! 심적으로 분명 부담감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온 국민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는 이 순간, 이 기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태극 마크의 무게를 기억하되, 그 무게를 충분히 감당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후배들이 처음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았을 때를 기억했으면 한다. 자신과 팀 그리고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했던 그 순수했던 마음을 말이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한국 배구가 위기라고 말한다. 한국 배구가 반등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은 태극 마크를 달고 소집된 우리 선수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7월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 줄 남자 배구 국가대표팀인 것이다.

지금 세대에게 그저 애국심으로만 호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그 시절 그 순수했던 마음으로 이번 챌린저 컵에 전력투구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 대한 배구협회 제공

 

1+1=2의 수학 공식이 스포츠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1+1=3이 될 수 있고, 때로는 100이 될 수 있다.

 

경기장에 나선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모든 배구인, 그리고 배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16명의 남자 배구 대표팀에게 힘을 보태고 응원할 것이다.

 

전력투구를 하라!

그 자체가 선수 본인을 위하는 것이고, 선수 본인을 위한다는 것이 팀을 위하는 것이다.

팀을 위한다는 것은 결국 한국 남자배구를 위하는 것이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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