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3. 2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 라운드가 한창일 때 이야기다. 축구계 한 인사로부터 의미 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야구장에서 보니 국가 대표 유니폼보다 개별 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더 많더라. 축구 쪽 시각에선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국가 대표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할까?"
실제 그랬다. WBC가 열리는 구장의 관중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왔다. 그만큼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WBC는 끝났다. 결말은 너무도 허무했다. 홈 구장에서 열리는 첫 대회였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흥행 부진으로 적잖은 적자까지 떠안아야 했기에 아픔은 더욱 컸다.
한국 야구 전체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WBC의 부진이 프로 야구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달랐다. 시범경기가 열리는 구장은 일부 유료화가 됐는데도 예상보다 많은 관중이 찾아오고 있다. 개막전 예매를 위해 사이트를 열자 두산의 홈페이지는 다운되기까지 했다. WBC 부진이 프로 야구 흥행에 큰 지장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걸 뜻하는 사례들이다.
야구계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최악의 경기력으로 실망스런 국제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다. 큰 손실을 입어도 할 말 없는 실력이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은 다시 한번 한국 야구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꾸짖고 혼내기보다는 보듬어 주고 다독이며 다시 한번 야구장을 찾고 있다.
▲ 시범경기를 찾은 관중들. / ⓒ연합뉴스
야구계는 이들의 이런 사랑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제 대회서 부진했지만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고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한 번 더 기회를 준 셈이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앞으로 다가올 정규 시즌에서도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 준다면 그때야 말로 팬들의 발길이 돌려질 수 있다.
한국 야구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와 달리 이정후(넥센) 최지광(삼성) 고우석(LG) 등 새 얼굴들이 시범경기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한국 야구를 들썩이게 할 재목들이다. 잘 키우고 육성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
기존 선수들의 분발도 필요하다. 팬들이 준 또 한번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럴 때 야구 외적인 사건이라도 터지면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언행을 조심하고 아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 주고 있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철우 기자
자료출처 :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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