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1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약물복용 사건으로 일대 홍역을 치렀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진갑용이 후배 김상훈(기아)의 부산아시안게임 출전을 돕기 위해 “소변 샘플에 약물을 탔다”고 주장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와중에 자신의 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난 것.
그러다 진갑용의 징계를 막기 위해 삼성이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둥 엉뚱한 주장이 난무하면서 사태는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 들어갔다. 결국 삼성은 9월12일 진갑용에게 선수단 자체 징계로 벌금 200만원을 부과했고, 진갑용이 반성하는 의미에서 수재의연금 300만원을 내는 것으로 소동은 그럭저럭 마무리됐다.
진갑용은 이번 사건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봤다. 본인은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상처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요즘엔 약물복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소변검사를 하지만 이전에는 단순한 건강검진 차원에서 소변검사를 했다. 특히 예전 국가대표 야구선수들은 출국시 행해지는 소변검사 때문에 호들갑을 떨곤 했다.
대표팀이 외국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게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강병철 SK 감독은 “요즘에야 도핑테스트에서 피검사도 추가로 실시한다고 하지만 그때는 왜 그런 검사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질병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술회한다.
김응룡 삼성 감독은 “60년대 중반 한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선수 한 명의 샘플로 테스트를 통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소변 샘플 제출이 있기 전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 ‘이번 샘플 테스트는 성병검사도 한다더라, 만약 이번에 적발되면 국가대표 자격이 영구 박탈된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
선수단 내부는 곧바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성병검사에서 양성반응이라도 나온다면 국가대표 자격 박탈 여부를 떠나 집안 망신으로 이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 선수들은 서로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양 태연하게 행동했지만 속은 탔던 모양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게 나이 어린 한 선수의 소변을 조금씩 나누어서 제출하자는 것.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든 걸까. 누군가 낸 이 아이디어에 모두들 무릎을 치며 동의했다.
김 감독은 60년대 소변검사에 얽힌 야구선수들의 일화를 소개하면서도 정말 후배의 소변을 나눠서 제출했는지, 그리고 테스트를 용케 통과했는지에 대해 기자가 재차 묻자 입을 다물었다. 김감독의 이야기는 ‘소변에 약물을 타서 테스토스테론 위험수치 반응을 만들었다’는 진갑용의 주장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이야기 같기도 하다.
김성원 /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주간동아 353호 (p18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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