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09- 24
짠물 피칭에 형님들 헛방망이
2002년 프로야구에 고-대졸 우완 신인 투수들이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기아의 김진우(19)와 연세대를 나온 현대의 조용준(23). 성인이 된 20년 한국 프로야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은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개막전 이후 3연승이라는 쾌조의 페이스를 달렸던 김진우는 몸값 7억원의 거물이다. 비록 4월25일 첫 패배의 쓴맛을 보기는 했지만 몸값에 걸맞게 당당하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용준은 탄탄한 현대 마운드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중간계투로 뛰고 있지만 지난 주까지 방어율 제로의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보직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도 두 사람은 대조적이다. 김진우의 주무기는 커브. 고교 때부터 낙폭 큰 커브로 타자들을 농락했다. 경기 초반 변화구로 타자들을 교란한 뒤 후반에는 직구로 윽박지른다. 20세의 힘이 돋보이는 대목.
반면 조용준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중지와 검지를 수평으로 실밥에 걸쳐 시계 방향으로 공을 채는 슬라이더가 아니라 검지로 퉁 밀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조용준이 개발한 이 공을 본인 스스로는 ‘파워슬라이더’라고 부른다. 조용준은 파워슬라이더와 함께 왼손타자를 상대할 때 서클체인지업을 요긴하게 써먹는다.
체격 조건도 정반대다. 조용준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과 비슷하다. 사복 입은 모습을 보면 배드민턴 선수마냥 몸이 낭창낭창하다. 그러나 연세대 최해명 코치는 “사우나에서 벗은 몸을 보면 흠잡을 데 없이 근육이 붙은 완벽한 몸매”라고 설명한다. 허벅지 굵기가 두산의 김동주만큼 굵은 김진우는 체중 100kg을 넘긴 지 오래.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이 김진우를 지난 겨울 지도하면서 “체중을 공 끝에 싣지 못한다”고 얘기했던 것도 훌륭한 체격 조건을 더욱 잘 활용하라는 주문이었다.
김진우는 다소 과묵하다. 김성한 기아 감독은 “진우가 하와이 캠프 때 선배들한테 혼난 일화를 들어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에이스 대접을 받던 루키를 ‘타이거즈 맨’으로 만드는 데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김진우는 팀내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으로 김감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조용준은 거침없다. “기자들이 내 신종 슬라이더에 이름을 붙여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할 만큼 당돌하다. 또 이제까지 상대해 본 타자 중 어려운 타자가 없었다고 말한다. 수년 전 이병규가 프로 첫 데뷔 경기를 마치고 “프로 선배들이 좀더 성의 있게 상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벌써 이들이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음은 물론이다. 성급한 결론이기는 하지만 신인왕 다툼은 이들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라이벌 싸움이란 맞붙으면 더욱 재미있는 법이다.
김성원 /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주간동아 333호 (p90~)
[스포츠 뒷이야기] '아시아의 물개' 뛰어넘기 (0) | 2022.11.18 |
---|---|
[스포츠 뒷이야기] 한솥밥 먹는 韓·日 축구 황태자 (0) | 2022.11.17 |
[스포츠 뒷이야기] 새출발 아이스하키 (0) | 2022.11.16 |
[스포츠 뒷이야기] 도핑테스트 속앓이 (0) | 2022.11.14 |
[스포츠 뒷이야기] 주전 경쟁 이동국과 김은중 (0) | 2022.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