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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베이스볼] 선수·코치 아내에게 깜짝 선물…류지현이 그리는 '원 팀 LG'

--野球 이야기

by econo0706 2022. 11. 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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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3. 12.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아무리 빼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도 집안 분위기가 어지러우면 그라운드에서 제 기량을 펼치기 어렵다. 특히 1년의 절반 가까이를 원정길에 올라 집을 비우는 야구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좋은 남편’으로 점수를 따기 쉽지 않다.

1994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28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바깥 생활’ 중인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50)도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지난해 11월 LG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좋은 팀 분위기 형성을 위해 아내와 머리를 맞댔다. 이 때 류 감독의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선수, 코칭스태프 중 기혼자의 아내에게 선물을 보내자는 내용이었다. 20년 넘게 ‘선수 아내’, ‘코치 아내’로 살았던 경험자였기에 가능한 조언이었다.

▲ 류지현 LG 감독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아내의 생일에 꽃바구니를 배달한다. 류 감독 아내의 깜짝 아이디어다. 사진은 오지환 아내가 인증한 꽃바구니. /  LG 트윈스

류 감독의 선물은 1월부터 시작됐다. 스타트는 이병규 타격코치의 아내였다. 류 감독은 1월초 생일을 맞은 이 코치 아내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한 것을 시작으로 송은범, 오지환 등의 아내에게도 꽃을 배송했다. 1년 내내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아내들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류 감독은 “별 것 아니다”며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으나, 선물을 받은 아내들의 ‘인증’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선수, 코칭스태프 본인들의 생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직업 특성상 아내 생일에 얼굴조차 못 보는 날도 있다. 당장 내 아내가 2월생이다. 선수 때, 코치 때 해마다 스프링캠프를 떠난 기간이다. 미역국 한 그릇 제대로 못 챙겨줬다. 선수, 코치는 물론 가족들도 LG 트윈스를 가족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아내가 좋은 의견을 내줬다.”

▲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2021 스프링캠프 속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류지현 감독.  / 스포츠동아DB

선수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 송은범은 지난주 창원 원정에서 류 감독의 방을 찾아 연신 감사를 전했다. 2003년 데뷔한 프로 19년차 베테랑에게도 낯선 선물이었다. 오지환도 “아내랑 떨어져있어서 생일을 제대로 못 챙겼는데 감독님께서 직접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나도 난데, 특히 아내가 정말 놀랐고 감사해했다”며 “감동받은 아내가 육아를 3일 면제해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류 감독은 “민망할 정도로 고마워하더라”라고 껄껄 웃은 뒤 “선수, 그리고 가족들이 선물을 받고 하루라도 웃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LG 역사상 최초의 프랜차이즈 출신 사령탑이다. LG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은 강점이다. 선수들은 “코치, 수석코치이실 때랑 변하신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는 대신 편안한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사소한 ‘2군’이라는 표현도 지양하며 ‘젊은 선수들’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 꽃바구니 선물은 그 가치보다 보낸 이의 마음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류 감독은 지금 LG를 하나로 묶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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