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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월드컵 4강'의 기억을 지우자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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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16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카타르에 입국했다.

이제 우려와 기대 속에 24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기다린다. 손흥민 부상이라는 큰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우려가 더 커졌다. 다행히 회복이 빨라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예전의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오히려 기대치를 한껏 낮춰놓으면 월드컵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이후 98년까지 다섯 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목표는 오로지 '1승'이었다. 그런데 50년 가까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승은 물론 16강 진출이라는 2차 목표를 넘어 단숨에 4강까지 올라버렸다. 당시의 감동과 환희를 느꼈던 사람들은 행운아다.

그런데 그게 벌써 20년 전 일이다. 20대 중반 이하 국민은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때 추억을 끄집어내며 16강 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꼰대'들이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축제는 누구나 즐길 권리가 있다. 그런데 오로지 승패에 연연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온갖 비난을 퍼붓는 이들은 월드컵의 재미를 방해하는 존재들이다.

 

▲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카타르에 입국했다. 사진,자료=대한축구협회,카타르 월드컵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제 4강의 기억은 지우는 게 좋겠다.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은 개최국의 이점을 비롯해 국가적인 지원, 히딩크 감독, 한마음으로 뭉친 국민의 응원 등 온갖 궁합이 맞물린 '기적'이었다.

2002년을 제외하면 나머지 아홉 차례의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적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가 유일하다. 그게 한국의 객관적인 실력이라고 봐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팀 중 한국보다 약한 팀은 없다. 따라서 2승 또는 최소한 1승 1무를 해야 하는 16강 진출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이상하다.

그러나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 미리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 조에 속한 한국의 목표가 16강인 건 당연하다. 포르투갈이나 우루과이가 전력상 한국보다 강하지만 한국이 이길 수 없는 상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부상은 안타깝다. 실력이 딸려서 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제대로 실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물러선다면 그 아쉬움은 매우 클 것 같다.

나는 이번 월드컵 기대치를 매우 낮게 잡았다. 3패를 당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승패를 떠나 경기 자체를 즐길 생각이다. 한국 경기뿐 아니라 월드컵에서만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길 준비가 돼 있다.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취재했던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의 뜨거운 햇살과 양 갈비와 화덕 빵을 기억하면서.

혹시 또 아는가. 손흥민이 놀라운 회복력으로 멋진 골을 보여줄지, 월드컵 기운을 받은 선수들이 깜짝 쇼로 승리를 안겨줄지, 어떤 팀이 '제2의 이라크'가 되어 29년 만에 또 한 번 '도하의 기적'을 선사할지. 그렇다면 그건 즐기는 자에게 주는 보너스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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