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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손흥민을 '월드컵 필드'에서 볼 수 있을까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1. 2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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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08 

 

눈 주위 뼈가 부러진 손흥민(30·토트넘)의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한다. 일단 다행이다.

그러나 손흥민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월드컵에서 뛰고 싶은 본인의 의지야 의심하지 않는다. 수술 일정을 하루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꼭 뛰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켜 줬다.

문제는 회복 기간과 재활 속도다. 월드컵 개막(11월 20일)은 2주일도 남지 않았고,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11월 24일)를 따져도 20일이 채 안 된다. 과연 그 짧은 기간에 회복해서 뛸 수 있을까. 본인이 뛰겠다고 고집해도 벤투 감독이 그를 출전시킬 수 있을까.

손흥민의 부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선수가 황선홍이었다. 누구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코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보호대를 쓰고 뛰었던 김태형을 떠올렸겠지만 나는 황선홍이 먼저 생각났다.

김태형은 경기 도중에 다쳤고,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개막 직전 중국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다쳤다. 상황이 손흥민과 똑같다. 그리고 대표팀의 공격을 이끄는 중심 선수라는 점도 같다.

황선홍과 최용수 투톱으로 아시아 예선에서 승승장구했던 차범근 감독으로서는 황선홍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무릎을 다친 황선홍을 프랑스까지 데리고 갔다. 빨리 회복해서 한 게임만이라도 뛰어주기를 바라는, 한 줄기 가느다란 희망이었다.

당시 현지에서 대표팀의 훈련 과정을 취재하는 틈틈이 한쪽 귀퉁이에서 혼자 재활 훈련을 하는 황선홍을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는 감독이나 선수나 기자나 똑같다. 월드컵 취재만큼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수 없다. 황선홍이 천천히 조깅만 해도 '어쩌면 뛸 수 있겠다'라고 기대하고, 황선홍이 처음으로 공을 다뤘을 때는 '황선홍, 볼트래핑 시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었다.

 

▲ 눈 주위 뼈가 부러진 손흥민(30·토트넘)의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한다. 사진((왼쪽부터) 축구선수 손흥민, 전 축구선수 황선홍)=대한축구협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그러나 황선홍은 결국 한 게임도 뛰지 못했다. 황선홍이 없는 상태에서 차범근 감독은 김도훈이나 최용수를 원톱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하고,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하면서 차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되는 등 프랑스 월드컵은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이었다.

지난 4년간 손흥민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왔던 벤투 감독도 손흥민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손흥민 없는 플랜 B 자체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이 빨리 회복해서 경기에 뛰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 보호를 위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역시 똑같을 것이다.

똑같은 수술을 하고도 2주 만에 뛴 선수가 있다는 둥, 손흥민의 의지와 책임감이 워낙 강해서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둥 여러 희망이 나오고 있다.

나 역시 희망 회로를 돌려보면 황선홍과 달리 다리를 다치진 않았다는 점이다. '얼굴은 다쳤지만 다리는 튼튼하다'라는 사실이 얼마나 위안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월드컵에서 손흥민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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