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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잘알] 전설을 떠나보내는 특별한 방법…야구 은퇴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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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ono0706 2022. 11.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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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29. 

 

2022시즌 KBO리그는 색다른 볼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바로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은퇴 투어다.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은퇴 투어가 펼쳐지는 건 2017년 이승엽(당시 삼성 라이온즈) 이후 5년 만이다.

 

▲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의 광주은퇴투어, KIA측이 1995년 5월2일 무등경기장야구장에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을 기념하기 위해 타구가 떨어진 지점의 관중석 의자에 '전설의 시작,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의 글씨를 새겨 선물하고 있다. / 류형근 기자. hgryu77@newsis.com


쉽게 허락되지 않는 은퇴 투어 영광


은퇴 투어는 은퇴를 앞둔 선수가 각 구단과의 마지막 원정 경기에서 상대팀들이 준비한 기념식을 갖고, 선물 등을 받는 행사다.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자리는 아니다.

은퇴 시점을 미리 밝혀둬야 하는 데다, 뛰어난 커리어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선수라면 현역 생활을 하루라도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 미리 은퇴를 선언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퇴를 미리 예고하는 선수가 드물었던 탓에 은퇴 투어가 성사되기 어려웠다.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다.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돌았던 이승엽은 현역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한국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이승엽이 2003년 때려낸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56홈런의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부문 2위 기록도 이승엽의 54홈런(1999년)이다. 통산 467홈런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는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달성에 앞장서는 등 국가대표로도 인상적인 장면을 여럿 남겼다.

▲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한민국 WBC 대표팀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습경기에서 9회말 이대호가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치고 있다. / 허상욱 특파원 wook@newsis.com

 

이대호도 이런 부분에서 인정을 받아온 타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개 구단과 의논해 올 시즌을 마친 후 현역 은퇴를 예고한 이대호에 대해 그동안 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공로를 존중, 은퇴투어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고 14일 발표했다.

2001년 롯데 2차 1라운드 4순위로 프로에 뛰어든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통산 1829경기를 뛰며 타율 0.307, 351홈런 2020안타 1324타점 919득점의 성적을 냈다. 2010시즌에는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중심타선에서 활약했다.

반면 2020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예고했던 박용택(당시 LG 트윈스)의 은퇴 투어는 무산됐다. 당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사회에서 박용택의 은퇴 투어 개최를 제안했지만, 팬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결국 박용택은 은퇴 투어 없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왼쪽)가 2013년 7월3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 경기에 앞서 은퇴투어 선물로 '부러진 배트로 만든 흔들의자'를 받고 활짝 웃고 있다. / AP=뉴시스

 

메이저리그 은퇴 투어 역사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은퇴 투어의 주인공은 많지 않다. 칼 립켄 주니어, 치퍼 존스, 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 데이비드 오티스 등만이 1년 내내 미국 전역을 돌며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2001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립켄 주니어(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메이저리그 은퇴 투어 시대의 돌입을 알렸다.

2632경기라는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출장 신화를 쓴 그는 2001년 6월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췄단 평가 속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립켄 주니어와의 이별에 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시즌 중 은퇴를 선언한 덕분에 많은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립켄 주니어의 은퇴 투어 막을 올렸다. 화이트삭스는 코미스키파크의 좌석과 유격수 자리의 흙을 담은 병을 립켄 주니어에게 이별 선물로 건넸다. 그의 아버지이자 볼티모어 감독 출신인 칼 립켄 시니어의 이름을 딴 재단에 기부를 한 팀도 여럿이다.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치퍼 존스(왼쪽)가 2012년 5월  24일 신시내티 레즈로 부터 3루 베이스를 은퇴 투어 선물로 받고 있다. / AP=뉴시스

메이저리그 은퇴 투어는 2012년 존스(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위한 각 팀의 재치있는 선물과 함께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구단의 상징인 청새치를 떠올리게 하는 낚시용품을 안겼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서핑보드를 선물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카우보이 모자를 전달했다. 그가 지켜온 3루 베이스를 뽑아 건넨 팀들도 있었다.

2013년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리베라의 은퇴 투어에도 의미있는 선물이 등장했다.

미네소타는 리베라의 컷패스트볼을 치다 부러진 배트로 흔들의자를 만들었다. 그만큼 위력적이었던 리베라의 공을 표현한 선물이었는데 향후 리베라는 이를 가장 기억에 남은 은퇴 투어 선물로 꼽기도 했다. 뉴욕 메츠는 '소방수' 리베라를 위해 소방호스 노즐 같은 화재경보장치를 준비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2014년 진행된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의 은퇴 투어에서는 지터의 등번호 '2'를 상징하는 선물이 쏟아졌다.

시카고 컵스는 리글리필드의 점수판에서 숫자 '2'를 떼 건넸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존경(RESPECT)과 '2'를 합쳐 만든 'R2SPECT'를 새긴 선물을 전했다.

▲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전 삼성 이승엽 선수 은퇴 투어가 진행되어 넥센 장정석 감독, 서건창 선수가 이승엽 선수에게 기념 액자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 박주성 기자 park7691@newsis.com


여행가방부터 잠자리채까지, 이승엽 위한 선물


이대호가 역대 두 번째 은퇴 투어 주인공이 되면서 9개 구단이 건넬 선물도 관심을 불러 모으게 됐다.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펼친 이승엽은 전국을 돌며 의미있는 선물을 받았다. 각 구단은 이승엽과의 추억이나 연고지의 특색을 담은 기념품을 준비해 은퇴 투어를 더욱 의미있게 만들었다.

'첫 주자'였던 한화 이글스는 한화 선수들의 메시지를 담은 베이스와 현판,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준비했다. 이글스 출신의 역대 최다승 투수 송진우를 초청, 소나무 분재를 이승엽에게 선물하게 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KT 위즈는 현판과 액자, 인두화를 건넸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는 고척스카이돔 잔디에 이승엽의 등번호 '36'이 박힌 유니폼을 얹은 액자를 선물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3'과 '6'이 적힌 여행용 가방을 준비, 은퇴 후 즐거운 여행을 다니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가방 안은 해먹, 폴라로이드 사진기 등 여행용품으로 채웠다.

두산 베어스는 이천 도자기로 은퇴 투어를 기념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03년 이승엽이 56홈런을 칠 때 야구장 외야를 휩쓴 '잠자리채 열풍'을 떠올리게 하는 순금 잠자리채로 의미를 더했다.

KIA 타이거즈는 이승엽이 프로 첫 홈런을 친 광주무등구장의 의자를 떼어 줬고, NC 다이노스는 창원을 상징하는 누비자 자전거 모형을 준비했다.

은퇴 투어 마지막 주자인 LG 트윈스는 이승엽이 사용하는 배트 제작에 쓰이는 캐나다산 하드 메이플로 목각 기념패를 제작했다. 내장된 스피커의 버튼을 누르면 이승엽의 응원가가 재생된다.

 

김주희 기자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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