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9
돈 많이 쓴다고 실력이 늘까
고등학교 야구도 바야흐로 해외 전지훈련 시대다. 이미 10년 전부터 이른바 야구 명문대학 연·고대 등을 중심으로 해외 전지훈련이 이뤄졌지만 요즈음엔 고등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해외 전훈지로 각광받는 장소는 다름 아닌 태국 방콕. 골프 특기생들을 위한 영어 어학연수 패키지를 포함한 골프투어는 일찍이 알려졌어도 야구는 다소 생소하다.
현재 배명고를 비롯해 서울의 5개교와 지방 2개교 등 무려 7개팀이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춘천고 야구부의 기술지도를 위해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태국으로 출국했다. 태국 이외에도 호주에 약 3개팀, 중국에 2개팀 등이 전지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 부산고는 현재 일본 남쪽 쓰시마섬에 캠프를 차렸다.
태국과 야구의 인연은 지난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콕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야구가 포함됐지만 태국에 변변한 야구장이 없었던 것. ‘장비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의 특성과 저개발 상태인 태국의 경제상황이 맞지 않은 까닭이었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게 나뉘는 기후조건 또한 장애 요소였다.
결국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이 일정액을 부담해 방콕 북쪽에 퀸시리키트 야구장을 건설했다. 태국의 역사적 인물 시리키트 여왕의 이름을 딴 이 구장은 한국의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기술 습득과 체력 배가라는 측면에서 해외 전훈은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고교야구는 얘기가 다르다. 우선 고교나 대학팀의 해외 전훈은 대한야구협회 승인사항이지만 대부분 이를 어긴다.
더욱이 재정이 열악한 고교팀에서 전훈 비용은 자연스레 학부형 부담으로 돌아간다. 아마야구의 산실 동대문구장에서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초등학교 학부형은 직장인, 고교 학부형은 백수”라는 말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샐러리맨 신분으로 뒷바라지를 감당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아예 ‘쪽박’을 찰 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야구감독의 월급이 학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학부형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학교가 상당수다.
한국에는 대안이 없을까. 1~2월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조금 힘들다지만 경상남도 남해에도 야구캠프가 있어 프로구단을 포함한 여러 팀이 가을·겨울 마무리 훈련을 하곤 한다. 예전에는 터진 야구공을 꿰매고 금간 나무배트에 못을 박아 쓰곤 했다. 아무리 경제형편이 나아졌다지만 비싼 시설에서 훈련한다고 야구가 느는 것은 아니다. 마쓰자카를 길러낸 일본의 야구 명문 요코하마 고등학교 야구부는 훈련과정에 ‘터진 공을 꿰매는 시간’이 있다. 전폭적인 학교 지원으로 소문난 학교에서 말이다. ‘전인교육’이 별게 아니지 않은가.
김성원 /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rough@sportstoday.co.kr
주간동아 319호 (p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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