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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1954년 육-공군 야구전,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공으로 시구'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3. 4. 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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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7. 15

 

야구경기에 앞서 식전 행사로 열리는 시구는 야구의 감칠맛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 지난해 7월 18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의 시구식에서 김응룡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의 시구를 하고, 그 공을 제자인 선동렬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받아준 장면은 야구팬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깊은 감회를 안겨줬다.

 

일제 때 도포자락 휘날리며 시구를 하던 초창기 한국야구는 진화를 거듭해 이제 시구식도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많은 구단들이 연예인을 동원하거나 의미 있는 인물이 시구자로 나서 관중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 장기영(왼쪽)과 이승만 당시 대통령

 

6 25 동족상잔 전쟁 직후 혼란기인 1954년, 『한국일보』는 대한야구협회와 공동으로 육군과 공군의 야구경기를 주최했다. 그 경기에서 한국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공’으로 시구를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 시구식은 『태양신문』을 인수, 그해 6월 9일부터『한국일보』로 새롭게 출발했던 장기영 사장이 창간 신문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고안,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천외한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공 시구’는 최근 조희준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이 조희준 한양대대학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박사학위 논문 ‘한국야구발전에 기여한 백상 장기영 연구’를 통해 재조명, 여태껏 잘 못 알려졌던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조희준 전문위원의 논문은 장기영(1916~1977년) 전 『한국일보』사주의 생애를 탐구하면서 ‘체육인으로서의 삶’을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정리한 것이다. 장기영은 언론인이자 금융인, 체육인이었다. 특히 야구에 큰 관심을 갖고 1954년 육 공군 야구경기는 물론 1956년에는 제1회 재일동포 학생 초청야구대회를 시작했고, 1958년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을 초청하는 대회도 열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 초청 경기에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본부석 스탠드 그물망 안에서 시구를 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스탠드에서 시구하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원내)

 

조 위원은 그 논문에서 그동안 야구계에서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공 시구’ 사실을 다시 짚었다.

『한국일보 40년사』(1994년 6월 9일 발행)와『한국일보 50년사』(2004년 7월 14일 발행)를 살펴보면, 이 시구식과 관련, “(태양신문을 인수한) 한국일보가 창간 후 벌인 첫 스포츠 행사는 대한야구협회와 공동 주최한 ‘육 공군 야구전’(1954년 7월 18일)이었다. 서울운동장에서 펼쳐진 육 공군 야구전은 비행기가 공중에서 떨어뜨린 공으로 손원일(孫元一) 국방장관이 시구(始球)했다.”고 기술돼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일보』7월 18일치 기사는 ‘육 공군 야구전, 17일 개막, 시구 “뽈”은 비행기에서 투하’라는 제목 아래 “당일에는 경기에 앞서 역사적인 입장식이 성대하게 거행될 것이며 식후에는 공중에서 비행기가 떨어뜨린 ‘뽈’을 경기에 사용하기로 되었으며 손(孫) 국방장관의 시구로 경기를 개시”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육 공군 야구전은 실제로는 비로 인해 하루 늦은 7월 18일에 서울운동장에서 열렸고, 그날도 가는 비속에 경기를 했으며 “공중에서 비행기로 투하된 공을 가지고 최(崔) 참모총장(최용덕 공군참모총장을 일컬음)의 시구로 공군이 선공으로 경기가 개시되었다,”고 『한국일보』가 7월 20일치에 보도했다.

 

‘육 공군 야구전’은 7월 18일에 이어 19일에 2차전을 열었고, 1, 2차전 모두 공군이 4-2와 4-1로 이겼다.

 

유감스럽게도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공’으로 시구한 사진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세인트루이스 초청경기 때의 이승만 시구 사진은 국가기록원에 그 사진이 있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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