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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화해를 바란다면…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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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는 갑자기 과거(過去)가 각광받는 사회가 된 것 같다.

 

TV에서도 '대조영'이나 '주몽'이 브라운관을 차지하고 있고, 신문에서도 '과거사위'가 온 지면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통령 후보들조차도 '어머니'나 '아버지' 문제로 골머리를 썩어야 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라'는 말이 있다.

 

물론 산 속의 선사(禪師)들에게나 해당되지 시정(市井)에서 살아가는 우리 같은 잡배(雜輩)들에게는 지키기는커녕 생각하기도 힘든 말일 것이다.

 

과거에서 배우고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살아가도 힘든 판국에 과거를 잊고 미래를 생각지 말며 살라는 것은 현재를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씀이 과연 과거를 잊고 미래를 생각지 말라는 뜻일까? 아닐 것이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허황된 미래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훌륭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는 것에도 모자라 과거 들추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가?

 

오늘 신문을 보다가 굉장히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냥 '과거사위'로 알고 있던 곳의 정식 명칭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진실(眞實) 그리고 화해(和解)… 거기에다 과거(過去).

 

과거를 밝혀 진실을 규명하고 그 진실에 기반(基盤) 하여 화해를 도모하자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 결국은 화해를 위해 과거의 진실을 찾아보자는 위원회가 아니겠는가.

 

'참 좋은 위원회구나'하면서도, '온 국민의 화해를 위해 과거에서 진실을 찾는 기구이라면 얼마나 힘이 들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규명한 진실은 양자(兩者)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규명이 되어 기뻐하는 이가 있는 반면 규명이 되어 슬퍼할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진실을 찾는 것만 아니라 화해까지 도모해야 되는 일이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가문과 명예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힘이 들 것이다. 과거 조상들의 원수(怨讐)가 지금 우리들의 등돌림이 되고, 미래 후손들의 만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우리나라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진실을 찾아 현재와 미래의 화해를 도모하는 그들은 진짜 선지식(善知識)들이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 어느 국무총리가 취임사에서 "막힌 곳은 뚫고, 굽은 곳은 펴겠다"라고 했듯이 "구린 곳은 덮고, 보기 안 좋은 곳은 가리겠다"는 심정으로 과거사를 정리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현재 우리가 화해와 화합을 생각한다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과거사가 아닌 현재를 돌이켜 반성하고 화해할 수 있는 과거사부터 정리함이 어떻겠느냐고. 그래야 우리 후손들도 정리할 과거사가 남는 것이 아니겠냐고…

 

이제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각종 마타도어나 네거티브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온 국민들을 또 다시 혼란 속으로 밀어 넣어 헷갈리게 할 것은 뻔한 일인데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위원회조차도 과거를 파헤쳐(사실 과거를 파헤친 것도 아니지. 조금만 관심을 갖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던 사안이었는데… 그것을 종이 한 장에 모아 다시 발표함으로써 그 사건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여론을 환기시킨 것에 불과한 것인데…) 사회의 양극화(兩極化)에 일조하는 것은 너무 국민들의 화해와 화합을 저해하는 것은 아닐까?

 

진실로 화해를 바란다면 과거는 흘려보내야, 아니 보관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2007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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