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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발 리베로] '승부차기의 신' 노이어, 준결승행 견인하다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3. 5. 2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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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7. 03.

 

'부폰도 인정한 세계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승부차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독일을 유로 2016 본선 준결승 무대로 이끌었다.

독일이 유로 2016 본선 8강전에서 천적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엔 바로 노이어가 있었다.

요하임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이 경기에서 이탈리아의 위협적인 역습에 대비해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평가전에서 자주 스리백을 가동한 적이 있는 독일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탈리아 상대로 메이저 대회에서 4무 4패로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했고, 특히 토너먼트에선 4전 전패를 당하면서 번번히 발목을 잡혔던 독일이기에 일단 수비적인 안정감을 가져간 이후 후반 들어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독일은 경기 시작 15분 만에 사미 케디라가 부상으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로 일찌감치 교체되면서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독일은 65분경 메수트 외질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71분경엔 마리오 고메스마저 부상을 당하는 불운이 발생했다.

고메스의 부상은 독일에게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다. 고메스는 독일이 보유한 유일한 정통파 공격수로 8강전 내내 폭넓은 활동폭과 뛰어난 연계 플레이로 독일 공격을 이끌었다. 실제 외질의 골 역시 고메스의 패스가 시발점이었다. 고메스가 측면으로 빠져나와서 패스를 받은 후 오버래핑해 올라온 요나스 헥토어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공급해 주었고, 이를 받은 헥토어가 지체없이 연결한 크로스를 외질이 골로 성공시킨 것이었다. 고메스는 67분경에도 외질의 로빙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힐킥을 시도했으나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고메스 부상 이전만 하더라도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단연 독일이었다.

 

고메스 부상 이후 공격의 구심점을 잃어버린 독일은 공격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 틈을 타 이탈리아는 공격에 나섰고, 78분경 독일 수비수 제롬 보아텡의 핸드볼 반칙에 힘입어 페널티 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양팀은 서로 신중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득점을 노리기보단 실점을 하지 않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인상이 역력했다. 결국 경기는 연장 포함 120분을 넘어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독일은 승부차기에 가장 강한 팀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유로 1976 결승전에서 체코에게 패한 이후 독일은 승부차기에서 5연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 지난 40년 동안 독일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한 선수는 울리 회네스(유로 1976 결승전)와 울리 슈틸리케(1982년 월드컵 준결승전), 두 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독일 입장에서 여러모로 악재가 겹쳐있었다. 페널티 킥 전담 키커 토마스 뮐러는 이번 대회 들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고, 외질은 북아일랜드와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페널티 킥을 실축했다. 고메스는 부상으로 빠졌다.

우려대로 독일에서 승부차기 2번째 키커와 3번째 키커로 나선 뮐러와 외질은 실축했다. 게다가 5번째 키커로 나선 주장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마저 골대를 훌쩍 넘어가는 슈팅을 때렸다.

그럼에도 독일엔 믿을 구석이 있었다. 바로 노이어이다. 노이어는 비록 대표팀에선 승부차기에 나선 적이 없으나 2006년 샬케에서 프로 데뷔한 이래로 승부차기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실제 노이어는 프로 통산 첫 승부차기였던 2006/07 시즌 DFB 포칼 16강전에서 단 하나의 슈팅도 막아내지 못한 이후 매번 승부차기 때마다 최소 하나의 슈팅을 막아냈다. 2007/08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선 승부차기에서 포르투의 슈팅을 3회나 막아내며 8강행(승부차기 스코어 4-1 승)을 견인했다. 2015/16 시즌 DFB 포칼 결승전에서도 노이어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2회의 슈팅을 막아내며(승부차기 스코어 4-3 승)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노이어의 승부차기 통산 성적도 6승 3패를 기록 중에 있었다. 총 39회의 승부차기 킥들 중 단 26골 만을 내주었던 노이어였다.

이탈리아 2번째 키커 시모네 자자는 실축을 했다. 3번째 키커 그라치아노 펠레는 노이어에게 파넨카 킥을 차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심리전을 걸었으나 의식하지 않은 채 차분하게 펠레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이에 도리어 당황한 펠레가 지나치게 구석으로 슈팅을 꺾다가 실축하는 우를 범했다.

이어서 노이어는 5번째 키커로 나선 레오나르도 보누치의 골대 구석으로 향한 강한 슈팅을 선방해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미 보누치는 78분경 페널티 킥을 골로 성공시킨 선수였기에 노이어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이어는 같은 선수에게 또 다시 골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노이어는 이탈리아의 9번째 키커 마티아 다르미안의 슈팅마저 선방하며 독일의 준결승행을 견인했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 이전만 하더라도 독일 통산 승부차기 실축은 단 3회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독일은 승부차기에서 무려 3회의 실축을 허용하고도 승리할 수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노이어의 공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연히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이 경기 최우수 선수 역시 노이어의 차지였다.

노이어는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나 많은 선수들이 승부차기에 나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정말 힘들었다. 난 긴장감과 맞서 싸우며 골키퍼로서의 내 역할에 집중해야 했다. 우리 팀에서 실축이 나올 때마다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난 단지 상대방의 심리를 읽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승부차기 승리와 함께 노이어는 통산 10번의 승부차기에서 7승 3패라는 호성적을 이어오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이번에 9회의 슈팅 중 4회를 무실점으로 저지하며 승부차기 통산 48회의 킥들 중 단 30회의 골만을 허용하고 있다. 승부차기 통산 실점율은 62.5%. 프로 데뷔 시즌에 가졌던 첫 승부차기 기록을 제외할 경우 노이어의 승부차기 실점율은 58.1%로 대폭 줄어든다.

 

통상적으로 페널티 킥 성공률은 90%를 상회한다. 특정 선수가 80%대의 페널티 킥 성공률을 기록하면 페널티 킥 전담 키커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될 정도. 이번 유로 2016 토너먼트에서도 폴란드와 스위스의 16강전, 그리고 폴란드와 포르투갈의 8강전에 승부차기가 있었다. 이 2번의 승부차기에서 총 40회의 슈팅이 나오는 동안 골로 연결되지 않은 슈팅은 단 2회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골키퍼가 선방한 건 1회가 전부였다(후이 파트리시우 포르투갈 골키퍼가 폴란드 키커 야쿱 브와슈치코프스키의 슈팅을 선방했다). 이는 노이어의 페널티 킥 선방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겠다.

비단 승부차기 선방이 전부가 아니다. 노이어는 스위퍼 키퍼라는 명성에 걸맞게 총 56회의 볼 터치를 기록하면서 84.1%에 달하는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노이어보다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는 선수가 9명이었고, 볼 터치 숫자가 적은 선수는 무려 12명에 달했다. 양팀 공격수들은 물론 이탈리아 미드필더인 스테파노 스투라로(46회), 엠마누엘 자케리니(52회), 알레산드로 플로렌치(47회)보다 더 많은 볼 터치를 가져간 노이어이다.

비록 승부차기에서 패하긴 했으나 부폰 역시 독일이 기록한 9회의 승부차기 킥들 중 무려 7회나 방향을 읽어내는 신기를 보였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은 건 노이어였고, 부폰은 프로 통산 승부차기에서 4승 6패의 열세를 기록하게 됐다. 이탈리아 역시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에서 7번째 패배를 당하며 승부차기 최다 패 팀에 등극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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