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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발 리베로] '만점활약' 킴미히, 포스트 람으로 급부상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3. 5. 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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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6. 22.

 

북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치른 요슈아 킴미히가 맹활약을 펼치며 필립 람 은퇴 이후 무주공산이었던 독일 대표팀 오른쪽 측면 수비수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르는 데 성공했다.

독일이 유로 2016 본선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북아일랜드의 수비 전술과 상대 골키퍼 마이클 맥고번의 선방쇼에 막혀 고전했으나 29분경 마리오 고메스의 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었다. 비록 스코어만 놓고 보면 우승후보라는 명성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나, 이 경기를 통해 독일은 킴미히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수확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독일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오른쪽 측면 수비에 있었다. 오랜 기간 독일의 측면 수비를 지탱해주던 람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오른쪽 측면에 공백이 발생한 것.

이후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유로 2016 지역 예선 내내 엠레 찬과 안토니오 뤼디거, 그리고 제바스티안 루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수들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실험 가동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합격점을 받기에 불충분했다. 찬은 역동적인 오버래핑을 자랑했으나 크로스의 정교함도 떨어졌고, 기복이 심한 편에 속했다. 루디는 오버래핑과 크로스의 질은 뛰어났지만 수비가 엉망이었다. 뤼디거 역시 어정쩡하긴 매한가지였다.

이에 뢰브 감독은 유로 2016 본선 첫 2경기에서 베네딕트 회베데스를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회베데스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활용해 재미를 봤던 것에 기인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회베데스의 경우 원래 보직 자체가 중앙 수비수다 보니 수비는 안정적이지만 공격 지원 능력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만 하더라도 오른쪽 측면 수비수 람이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했기에 회베데스가 수비만 전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현 독일 대표팀 왼쪽 측면 수비수 요나스 헥토어는 람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기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회베데스를 배치하자 독일 대표팀 측면 공격이 답답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뢰브 감독은 고심 끝에 북아일랜드전에 킴미히를 시험 가동했다. 이 경기는 킴미히의 A매치 2번째 경기이자 메이저 대회 첫 출전이었다. 게다가 킴미히가 선수 경력을 통틀어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건 2015/16 시즌 분데스리가 31라운드 헤르타 베를린과의 경기가 유일했다. 상당히 도박성이 짙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킴미히는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뢰브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먼저 킴미히는 26분경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했으나 토마스 뮐러의 헤딩 슈팅이 골대를 맞아 아쉽게 도움을 기록하진 못했다. 81분경에도 킴미히는 정교한 크로스를 올렸으나 마리오 고메스의 헤딩 슈팅은 골 라인 바로 앞에서 맥고번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 외에도 킴미히는 많은 양질의 패스를 제공하면서 공격의 기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실제 킴미히는 이 경기에서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 4회를 기록했다. 이는 메수트 외질(6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볼 터치 역시 96회로 토니 크로스(133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드리블 돌파는 3회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았다. 후반전은 아예 킴미히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 독일이었다.

비단 공격적인 오버래핑이 전부가 아니다. 킴미히는 수비가 필요한 순간엔 빠르게 커버를 들어와 북아일랜드의 간헐적인 역습을 제어해냈다. 킴미히가 독일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걷어내기를 기록했다는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볼 경합 승률은 무려 83.8%에 달했다. 비록 상대가 다소 약체에 속하는 북아일랜드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번 경기 활약상만 놓고 보면 마침내 람의 후계자를 찾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당연히 '키커'지와 '빌트'지, 그리고 'SPOX' 같은 언론사 SNS 계정들은 일제히 킴미히를 칭찬하는 메시지를 올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독일 공중파 채널 'ARD'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 '슈포르트샤우' 축구 해설위원 베른트 슈멜처는 "킴미히가 필립 람의 발자취를 걷고 있다"라고 평했다.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 독일 대표팀의 가장 큰 수확은 골을 넣은 마리오 고메스도, 골대를 2차례나 맞추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토마스 뮐러도 아닌 킴미히였다.

킴미히는 원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롤모델로 삼았던 중앙 미드필더이다. 19세 이하 유럽 선수권 우승 당시에도 주전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21세 이하 독일 대표팀에서도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바이에른에서도 전반기 내내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후반기 제롬 보아텡을 포함해 바이에른 중앙 수비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하자 킴미히는 중앙 수비수 역할을 맡으며 팀의 최후방을 책임졌다. 킴미히가 예상 이상으로 중앙 수비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덕에 바이에른은 후반기에도 수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분데스리가 역대 최소 실점(17실점)을 기록하며 독일 구단 최초로 분데스리가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킴미히의 최대 강점은 바로 축구 지능에 있다. 그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도 어떤 유형의 미드필더와 파트너를 맡더라도 상대에 맞춰 자신의 스타일을 조정해 나가면서 공수 밸런스를 맞추는 데 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뛰어난 축구 지능이 있기에 그가 예고 없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나서더라도 아무런 무리 없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람의 장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스피드라는 측면에선 전성기의 람이 킴미히보다 앞서지만, 람 역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신체 조건의 약점을 이겨낸 대표적인 선수다.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감독이 람과 킴미히를 애지중지 여긴 것도 바로 축구 지능에 기인하고 있다.

게다가 킴미히는 정확한 오른발 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큰 경기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가 176cm라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도 중앙 수비수를 아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이고, 익숙하지 않은 측면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화끈한 대승은 아니었으나 독일은 북아일랜드전에 1-0으로 승리하며 2승 1무와 함께 C조 1위로 유로 2016 16강전에 올랐다. 게다가 킴미히가 이번 경기와도 같은 활약상을 앞으로도 이어간다면 적어도 독일은 10년 넘게 오른쪽 측면 수비수 문제로 더 이상 고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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