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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正面突破)] 때린 자와 맞은 자, 사과하지도 받지도 말자

--최익성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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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06

 

지난달 경남고 우승으로 끝난 황금사자기의 한 장면. 0-2로 뒤진 7회 경남고 선두타자 김범석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경남고 역전승의 시초가 된 상황으로 이후 타선이 달아오르며 역전에 성공했다.

문제는 김범석의 출루 장면이다. 그는 자신을 맞힌 청담고 투수 류현곤을 한동안 째려봤다. 미안하다고 인사하라는 눈초리였을까. 그러나 그것은 불필요한 행동이다.

아마야구는 프로야구를 보고 배운다. 프로야구의 한 장면을 떠올려본다. 2015년 당시 롯데 황재균은 한화 김민우의 공에 등을 맞았다. 그는 1루로 향하며 왜 사과 인사를 하지 않냐는 제스처를 보냈다. 김민우는 외면했다.

이번엔 반대되는 모습이다. 프로야구에서 자주 나오는 투샷이다. 몸에 맞는 공을 던진 투수가 타자에게 모자 벗어 사과한다. 타자는 괜찮다고 손짓한다. 훈훈한 모습, 동업자 정신처럼 미덕인양 포장되지만 이또한 불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필요없는 행동인지 이야기해보자. 나도 신인시절 공에 맞으면 출루하며 투수를 노려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게 잘못된 행동인지 알게 됐다. 이유가 있다.

투수는 타자를 출루시키면 팀의 실점 가능성이 올라간다. 자신의 평균자책점도 따라 올라간다. 팽팽한 기싸움 와중에 인사는 언감생심이다. 무엇보다 투수가 타자를 고의로 맞히는 가능성은 내 경험상 10% 미만이다.

혹자는 야구공이 흉기라서 사과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타자가 야구공이 무섭다면 야구 그만둬야 한다. 격투기를 보자. 상대 킥에 제대로 맞으면 선수 생명이 위협받는다. 강한 펀치는 뇌손상과 안와골절을 부른다. 그렇다고 그들이 링에 안오르나?

물론 야구선수라고 해서 감정표현을 하지 말란 얘긴 아니다. 나는 홈런 후 배트플립과 같은 세리머니에 찬성한다. 그런데 몸 맞는 공에 대한 반응과 홈런 세리머니는 성격자체가 다르다. 감정싸움과 퍼포먼스의 차이다.

프로선수는 팬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의 행동이 팬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퍼포먼스인지, 자신의 불편을 드러내는 감정싸움인지 냉정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선수가 눈살을 찌푸린다고 팬은 즐겁지 않다.

미국야구에선 타자가 맞아도 일부러 아픈 척 하지 않는다. 툴툴 털고 1루로 향한다. 상대투수의 공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뱃심이 그 배경에 깔려있다. 투수의 빠른 공 보다 내가 더 강하다는 표현이다. 타자는 타석에서 그렇게 자신감을 어필한다.

몸에 맞는 공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해 본다. 그라운드엔 때린 자와 맞는 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때린 자의 경우, 정 미안하다면 경기후 따로 이야기하자. 맞은 자도 인사를 강요하지 말자. 건건이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말자.

그라운드는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다. 프로는 프로답게 강인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깊은 울림을 선물하는게 낫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그대로 보고 배울 것이다.

 

최익성 / 저니맨 대표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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