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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正面突破)] '100억 계약' 피흘린 땅에 뿌린 씨가 있었다

--최익성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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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0.

 

100억 시대다. LG 김현수와 두산 김재환이 각각 115억에 소속팀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고 박건우도 100억에 NC 유니폼을 입는다. 나성범과 양현종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이처럼 올시즌 후 스토브리그에서 특급 선수들은 100억이 최소 기준선인 모양새다. 우선 부단한 노력 끝에 큰 열매를 따는 후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한편으로 씁쓸하다. 이때마다 생각나는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이다. 왜냐하면 선수협이 없었다면 선수들은 여전히 구단에 끌려가고 있을거다. 아직까지 서로의 균형추는 맞지 않지만 선수협이 없었다면 더욱더 을의 관계에서 테이블에 앉을거라 생각한다.

선수협을 비롯한 여러 노력으로 선수에 대한 대우가 높아질수록 그 뿌리를 살펴야 한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지나간 일들은 더이상 기억하지 않는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는데 말이다. 100억원 계약과 같은 달콤한 열매는 누군가 피를 흘리며 땅을 갈아 씨를 뿌렸기에 나왔다. 이젠 성공한 후배들이 혜택을 본 만큼 다시 씨를 뿌려야 할 때다.

단순히 계약후 이어지는 기부활동에 그쳐선 안된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간 선배된 입장에서 과거의 일을 일일이 알아달라는 부탁이 아니다. 선수협이 어떤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사라진 선배들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 전쟁같던 그 시기에 폭탄을 껴안고 산화한 사람들이 있었다. 스무명이 넘는 선수들이 조용히 퇴출됐다. 그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선수협 출범 당시를 돌아보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힘들었다. 최동원 선배 시절의 희생으로도 좌절됐던 것을 해내기 위해 많은 피해를 감수했다. 사실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구단에서 대우 받는 간판급 선수들이 타격을 감수하며 선수협 발족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런데 지금의 간판급 선수들은 과연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목소리가 커지고 입지가 넓어진 선수들이 자신만 생각한건 아닌지, 그리고 선수협이 선수노조가 될 최소한의 노력은 하는지 묻고 싶다. 부족함이 없는 입장이라 자신의 후배들을 위해 굳이 희생을 마다하는 것인지도 알고 싶다.

지금의 선수협은 출범 당시와 비교해 프로야구계에서의 그 역할이 제자리 걸음이다. 조금더 깊이있고 심도있는 토론과 행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수협을 만들기 위해 퇴출까지 감수했던 선배들의 과거를 안다면, 이제는 지금의 간판급 선수들이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 그게 소수의 프로야구선수가 아닌 다수의 지속적인 발전, 그리고 프로야구 전체의 성장을 위한 길이다.

은퇴한 선배된 입장에서 100억대 계약을 맺는 후배들을 질책하는 건 아니다. 잭폿이 터지는데 찬물을 붓고 싶은 생각도 일절 없다. 다만 지금처럼 스토브리그의 분위기가 좋을 때 재정비해서 더 올라가자는 바람이다. 지금에 만족해 웃지 말자.

 

최익성 / 저니맨 대표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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