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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이혼에서 로또까지(양반편) 1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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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청에서 대한민국의 이혼률이 감소되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대한민국 기혼 커플 3쌍 중 1쌍이 이혼을 하고 있고, 이혼녀와 총각의 결혼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혼률의 감소는 분명 반가운 소리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선 ‘이혼숙려제’라 해서 제도적으로 이혼률의 감소를 노리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제도 자체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선 의문스럽지만, 이혼률 감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한편으론 대견(?)스럽기도 하다. 자 그런데 말이다. 이런 정부의 노력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일이 아니었으니…조선시대 ‘이혼방지’를 위한 정부의 초특급 대책들을 살펴보러 가자.
 

“음음, 전하 거시기 이혼은 절대 안 됩니다.”

 

“왜 자식아? 사람 살다 보면 성격적으로다가 차이도 나고 성(性)적으루다가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이지…. 개인의 사생활까지 내가 왈가왈부해야 쓰겄냐? 내가 아무리 왕이라지만, 그렇겐 못하겠다.”

 

“거시기 전하…누누이 강조 드리지만, 머리는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닙니다.”

 

“이 자식이 툭하면 악세사리랑 내 머리를 동급으로 취급하는데….”

 

“저기 전하, 조선의 컨셉이 뭡니까?”

 

“컨셉? 또 컨셉 이야기야? 야야…그만 좀 하자. 독자들 귀에 따까리 앉겠다. 숭유억불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냐?”

 

“그러니까 말입니다. 숭유억불, 이 아리따운 한마디에 목숨 걸지 않았슴까?”

 

“그런데? 그거랑 이혼이 뭔 상관관계인데? 너 인마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고 들어봤어?”

 

“전하 그럼 혹시 삼불거(三不去 :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으면 내쫓지 못하고, 함께 부모의 3년상을 치렀으면 내쫓지 못하며, 전에 가난하였다가 뒤에 부자가 되었으면 내쫓지 못한다는 세가지 쫓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아십니까? 칠거지악과 삼불거를 엮어서 칠출삼불거(七出三不去 : 7가지 쫓아낼 이유와 3가지 쫓아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세트로 묶여지는 겁니다. 아실려면 제대로 아셔야죠.”

 

“그래서?”

 

“지금 당장 이혼을 완전히 허락하게 되면, 나라 절딴 납니다. 이 나라가 컨셉이 숭유억불인데, 유교 사회에서 실절한 여자애들 어케 되는지 잘 아시잖슴까?”

 

“거의 뭐 사회생활 끝나지.”

 

“고려 때야 재혼도 하고, 상속도 딸 아들 구별 없이 받았는데, 조선은 다르잖슴까? 만약에 이혼을 허가 한다 칩시다. 나라 개판 납니다. 심심하면 남자들 이혼하겠다고 덤벼들텐데, 그거 다 허가했다간 정조를 잃은 이혼녀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갑니까?”

 

“그게 좀 그렇다?”

 

“무조건 이혼 막아야 합니다! 그게 이 나라의 컨셉입니다!”

 

“아…알았어. 야, 눈에 힘 좀 풀어라, 응? 눈에서 레이저 나가겠다.”

 

조선시대 나라에서 이혼을 극력 억제한 이유, 어찌 보면 여성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남성 위주의 유교 국가체제 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 상황이 이렇게 이르자 이혼을 하고픈 양반 남성들은 어쨌을까?

 

“개인의 행복추구권은 헌법에도 나와 있는 기본권 임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혼을 하겠다는 데 그걸 국가에서 간섭할 이유는 없슴다!”

 

“그렇슴다! 이혼을 허락해 주십쑈!”

 

“우리에게 이혼할 자유를 달라!”

 

그랬다. 이 당시 조선의 양반들은 이혼을 하고 싶어 별별 쌩쑈를 다했다. 당장 고려 때만 해도 이혼이란 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건만, 조선이 열리자마자 이혼엄금이라니…아무리 유교를 나라의 기본 컨셉으로 잡은 나라라지만….

 

“생각을 해보십쑈! 우리가 뭐 연애질을 해서 결혼을 했슴까, 아니면 소개팅을 해서 결혼을 했슴까? 하다못해 결혼 정보업체 소개로 결혼했음 억울하지나 않지, 이건 뭐 얼굴 한번 못보고, 아부지가 시키는 대로 결혼하니…이런 여자랑 평생을 어케 삽니까?”

 

“야 이 자식아! 너만 생각 하냐? 너만? 네 마누라는 어쩔 건데? 엉? 네 마누라 너랑 이혼하고 나면 어케 살라고?”

 

“…….”

 

“그러지 말고…마누라는 걍 들여 앉혀놓고, 맘에 맞는 딴애랑 살면 되잖아.”

 

“세…컨드를 들이시라는 검까?”

 

“어허, 그게 어떻게 세컨드야? 첩이지, 첩!”

 

“그럼 마누라는요?”

 

“걍 왕따 시켜버려! 내가 뭐 그렇게 무리한 거 요구하는 게 아니잖아. 적당히 본처랍시고 들여놓고, 그냥 그렇게 첩이랑 알콩달콩 살면 되잖아~. 대충 그렇게 살자 응?”

 

그랬다. 만약 이혼을 허용하면 정조를 잃은 이혼녀들이 거리로 쏟아질 것이고, 이 이혼녀들의 생계와 사회적 혼란을 생각해 이혼 대신 ‘소박’이란 걸 권장하는 사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은 과연 이혼하기 힘든 나라였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이혼에서 로또까지(양반편)’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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