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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당신은 진짜 양반일까? 上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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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인구센서스 조사를 하고 있다. 이혼 여부부터 시작해 개개인의 사생활, 생활수준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이 조사에 응대하다 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는 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전부다 성씨가 있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인구의 절반 이상(약 54%)이 거대 성씨인 김씨, 박씨, 이씨, 정씨, 최씨라는 것이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경주 김씨의 구성원만 150여만명이 넘어간다니 이게 말이 될까? 신라 왕족의 후예가 이렇게 많다니 말이다.

 

다른 성씨도 다 마찬가지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양반의 후예라고 굳게 믿고있다는 것이다. 집안에 내려가면, 다 족보가 있고, 몇 대조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부다 벼슬 한자리씩은 다 한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추켜세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단일 민족이라 그런 것일까?(실제로 단일민족도 아니지만 말이다) 아니며, 원래 우리민족은 ‘뼈대 있는 양반’들로만 구성된 민족이었을까? 분명 조선 초기만 하더라도 양반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3~4% 정도 밖에 안 되었고, 양반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4대 내에서 벼슬살이를 하지 않으면 양반 자리에서 밀려나게 만드는 엄격한 통제조치도 있었건만,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양반이 이렇게 많아진 것일까?

 

같은 시기 서유럽에서 sir(경) 호칭을 받는 귀족의 숫자가 아직까지 전체인구의 3% 비율로 유지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데…이번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이 ‘양반’의 비밀을 파헤쳐 보기로 하자.

 

“어이구, 정태군…아니 정태님…. 이번에 박첨지네 땅을 또 샀다믄서? 대단허이….”

 

“뭐 그냥…급매로 나온 거 보고, 그냥 질렀지. 내가 요즘 지름신이 강림해서….”

 

“지름신도 돈 없으면 발동을 못하는데, 어쨌든 부러우이 그렇게 지를 돈도 있고…. 자네 잘하면 만석지기도 시간문제겠어?”

 

“만석지기는 무슨 만석지기, 그래봤자 지금 9천8백7십4석 밖에 안 되는데….”

 

“지금 장난하냐? 쫌 있음 만석지기 되겠구만!”

 

“그러면 뭐하냐고…. 재산이 아무리 많아봤자. 상놈은 상놈인데…. 애 군대도 보내야지, 세금은 또 세금대로 물어야 하지. 이거 참 짜증난다니까….”

 

“하긴….”

 

“군대가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곳이냐? 개돼지도 그렇게는 못살지…. 저번에 GP에서 총질한 거 봤지? 이렇다니까…. 이번에 노충국씨 죽은 건 또 어떻구? 돈 없고 빽 없는 애들만 끌려가서 총알받이 하는 데가 군대라니까. 있는 것들은 다 군대 빠져요. 없는 것들만 끌려가서는 개돼지처럼 두들겨 맞다가 죽던가, 암 걸려서 쫓겨나는 데가 군대라고….”

 

“스티붕 유 처럼 미국 영주권을 따지 그래?”

 

“장난하냐? 아무리 내가 인간쓰레기라지만, 그런 짓은 안한다.”

 

“그럼 뭐 방법 없지. 걍 그렇게 살다가 죽는 수 밖에….”

 

“하…이럴 땐 말야. 공명첩(空名帖 : 공명고신첩空名告身帖 이라고도 하는데, 나라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돈을 받고 벼슬을 파는 것이다. 실무는 없고, 명예직이었으므로 행정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벼슬을 받는 경우에는 양반으로 행세할 수 있고, 죽고 나서 지방에다가 학생부군신위라 안 써도 되었기에 꽤 인기가 있었다. 임진왜란 전후로 해서 남발되었다. 일종의 국채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같은 게 나와야 하는데 말야.”

 

“자네, 지금 양반이 되려고 하는 건가?”

 

“양반이야…되면 좋지, 세금 안내지, 병역 면제되지, 어깨에 힘주고 돌아다닐 수 있지. 다른건 다 괜찮은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 군대 보낼 생각하니까 피눈물이 나서리…이눔자식 군대 안 보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

 

그랬다. 조선시대 양반은 사회지도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제상 혜택을 받았고(거의 세금을 안냈다) 더 나아가 병역의무도 면제되었다.(조선 초기에는 양반도 병역의무가 있었으나, 어느순간부터 유야무야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 신분질서가 와해되면서 돈있는 중인들이나 상민 계층들은 양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대동법이 시행된 이후 폭발적인 상업거래량의 증가로 갑자기 졸부가 된 중인, 상민 계층에서 ‘악세사리’로 양반 타이틀 하나를 달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럼 정태군, 자네 양반 한번 해보려나?”

 

“양…반?”

 

“그래, 양반.”

 

“내가 무슨 재주로 양반을 하나? 겨우 까막눈이나 면한 내가 과거를 어떻게 본다고….”

 

“과거를 왜 보나? 돈만 있으면 양반이 다 되는데….”

 

“그…말 정말이야? 리얼리? 사실이야?”

 

“내가 자네한테 왜 거짓말을 하겠나. 생각있나?”

 

“오케이 거기까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나 양반 한번 시켜줘 응?”

 

“좋았어!”

 

“빨리 시켜줘. 돈 줄테니까.”

 

“아니…거시기, 지면관계상 이번회에선 너를 양반으로 만들어 줄 수 없고…다음회에 만들어 줄게.”

이리하여 원국과 정태는 지면관계라는 이유로 정태의 양반 만들기 프로젝트를 다음회로 넘기게 되었다. 초특급 대하 울트라 족보 사극 ‘당신은 진짜 양반일까?’는 다음회로 넘어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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