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사형폐지(死刑廢止) 연합(聯合)

사형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폐지론자 바당데일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했었다.

 

그가 변호사 시절 한 살인범을 변호했는데 시민의 반감이 거세어 재판소를 둘러싸고 '죽여라, 죽여라'라는 구호 속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결국 피고인은 사형을 선고 받고 말았다.
 
그 4년 후 또다른 살인사건을 맡았는데 놀랍게도 그 살인자가 4년 전 ‘죽여라’를 외치던 군중의 지도자였음을 자백했던 것이다. 바당데일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사형 보존론자들의 논리인 사형의 범죄 억제력이 없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범죄학자 서덜런드는 미국의 사형 폐지주와 존치주의 살인죄 발생건수를 비교해보았더니 폐지주에서 늘지도 보존주에서 줄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형을 유지해야 흉악범죄가 줄어든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폐지론자들의 반론은 이렇다. 충동적인 범행일 경우 사형 같은 것은 머리에 없을 것이고, 계획적인 범행일 경우는 자신은 잡히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기에 사형은 생각 밖의 사항이 된다. 원한 범죄일 경우 자신이 죽고 안 죽고와는 아랑곳 없고, 정치 테러 같은 확신범에게 있어 사형은 오히려 훈장 같은 것이기에 사형이 범죄 억제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형폐지 반대 이유로 첫째, 흉악범죄가 늘어난다, 둘째, 흉악범죄는 생명으로 보상받아야 한다, 셋째, 재범의 위험이 있고 불안을 야기시킨다, 넷째, 피해자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다는 것 등을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주교·기독교·불교가 손잡고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을 결성, 가두운동 등 적극적인 운동을 펴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행형에 있어 비인간적 수단은 폐지해내린 것이 역사의 흐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세종12년에 인명을 곧잘 해쳤던 등짝을 내려치는 태배형을, 중종은 난장형을 폐지했고 행형에서 인도주의를 대거 도입한 영조는 정강이를 몽둥이로 까는 압슬형, 두 다리를 묶고 지렛대질을 하는 주뢰형, 달군 부젓가락으로 지져대는 낙형 등을 폐지했으며 한말에는 신체를 분리시켜 죽이는 참제도를 폐지했었다. 그리고 지금 생명형인 사형이 존폐의 간두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