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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성인 대망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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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이탈리아 나폴리 항구에 가면 두 눈이 도려내진 성녀 산타루치아 상을 볼 수 있다.

 

나폴리 민요로 친숙한 산타루치아가 나폴리의 수호 성인이듯이 유럽의 도시들에는 각기 다른 수호성인이 있다. 운전하는 사람은 성인 크리스토프의 부적을 몸에 지니고 조종사는 로레트의 성인상을 몸에 지니고 다니듯이 직업에 따라 수호성인이 각기 다르기도 하다.
 
또한 일년 열두달 나날의 수호성인도 정해져 있다. 6월 13일은 성 안토니오의 날이요, 2월14일은 성 밸런타인의 날이다. 서양사람들은 생일의 수호성인 이름으로 세례명을 삼는 것이 관례이며 세례명이 같은 성인의 날에 생일잔치를 베풀 만큼 성인과 밀접하게 산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복자(Beatus)와 성인(Santus)의 품계를 두어 순교자를 숭상하는데, 한국에는 1984년에 103명의 성인이 탄생했었다. 역사적으로 비기독교 국가로서는 많은 성인수이긴 하나 1801·1839·1846·1866년에 걸친 대박해에서의 그 많은 순교자는 성인이 못되어 예비 성인이 꽤 많은 편이다.
 
신부가 입국하기도 전에 천주교가 자생해 국경 넘어 북경천주당을 찾아가 세례를 자원했던 이승훈ㅡ. 전도사상 전에 없던 이 기적을 듣고 당시 교황 비오 6세가 경탄의 눈물을 흘렸다던 그 이승훈도 성인 반열에 못 오르고 있다. 최초의 신부인 주문모. 그 주 신부를 숨겨두고 교세를 확장시킨 가톨릭의 대모 강완숙, 철종의 할아버지 은언군의 두 부인인 송마리아와 신마리아도 누락돼 있다.
 
교리에 감화돼 동정결혼을 하고서 하마터면 빠져들 뻔했던 위기마다 십자가를 붙들고 4년을 버티다 순교한 이루도갈도, 살이 저며나가고 뼈가 부러지면서 순교하여 로마의 성녀 아네스와 비교되어 온 열두살의 소녀 아나스타샤도 빠져 있다. 더욱이 순조 초년에 있었던 신유박해 때 순교한 이들이 대거 빠져 있다.
 
올해는 바로 그 신유박해 200년 되는 해로 어제 명동성당에서 그 기념행사 개막 미사를 올렸다. 연중 많은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데 이 박해로 순교한 175명의 순교자들 순교기록을 모아 교황청에 시성 신청을 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도 성인의 날로 365일이 채워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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