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살려는 뜻과 힘(押) - 『동아일보』1933.7.8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7:00

본문

인쇄 매체 1.


비는 개었습니다. 우리는 눈물을 거둡시다. 그리하고 새로 다시 살길을 - 수재 당하기 전보다 더 잘 살기를 결심하고 일어납시다. 힘을 씁시다. 죽을 힘을 다 쓰는 곳에 살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죽은 이는 묻어 버리고 성한 사람은 일제히 나섭시다.


오늘부터 무너진 집을 다시 일으키고 씻겨나간 둑은 다시 막고 논과 밭에 덮인 모래를 파내고 메밀이라도 하루바비 뿌리고 나무 한 짐이라도 한시 바삐 해옵시다.


동포여, 눈물을 거두고 살기 위한 일터에 용감히 나섭시다.


2.


땅을 가진 이는 이재 동포에게 땅을 주시오. 금년 소작료와 명년 소작료를 면제하시오.


이재동포에게 빚은 지운 부자들은 단연히 그 빚은 탕감하시오. 돈을 가진 이는 이재동포에게 은행 이자만한 싼 이자로 농사할 밑천을 대어 주시오. 당국은 모든 국세와 공과금을 면제하고 일거리를 주고 새로 살림 차릴 밑천을 극히 적은 변으로 융통해 주시오. 모든 농촌 금융좋합에서는 이 비상시에 있어서 적어도 이년간 채무감보를 유예하는 동시에 이자를 탕감하시오.


그리고 이재동포는 전보다 값진 힘을 내어 가족 총동원으로 살기위한 일터로 나서시오. 저를 돕는 이를 하늘이 돕는다고 하거니와 이번 수재에 이러한 새 정신을 얻으시게 되면 전화위복으로 앞날에 전보다 더 잘 살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3.


하늘은 살려고 힘쓰는 사람을 죽이지 못합니다. 땅은 힘써 파는 사람에게 오곡백과와 금은보화로써 갚습니다. 이번 홍수는 논밭을 묻어버린 데도 있겠지마는 더 기름지게 만들 곳이 더욱 많을 줄 믿습니다.


이번 수재를 하늘이 주신 큰 거름으로, 큰 선물로 생각하고 고맙게 여깁시다. 하물며 지금까지 우리네의 힘씀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게 하여 주신 고마우신 책망으로 알고 기뻐합시다.


우리는 다시 수재가 오지 아니할 곳에 촌락을 건설합시다. 다시 수재가 달하지 못하도록 둑을 높게 튼튼하게 막읍시다. 그리고 다시 수재가 나지 않도록 산에 나무를 많이 심읍시다.


그리고 여간 한두번 수재를 당하더라도 까딱없도록 집집의 저축과 동네 동네의 공동한 저축을 합시다.

이러한 새 결심과 새 노력을 할 때에 우리 앞에는 전보다 나은 생활에 웃고 맞아줍니다.


4.


돈 가진 여러분!


여러분이 큰 사업을 할 때도 이때요, 큰 적선을 할 때도 이때요, 크게 인심을 살 때도 이때입니다.


더구나 동족애를 발휘하여 동포의 마음 속에 여러분의 영원한 기념비를 세울 때도 이때입니다. 오늘 있다가 내일 없어질 물거품 같은 재물을 영원히 녹슬지 아니하는 민족봉사의 창고에 저금하시오.


쓰러진 농촌이 부흥하는 기초공사에 당신이 조신이 되시오.


지식과 봉사심을 가진 이재지 청년지사 여러분! 부르걷고 나서시오.


낙심하는 동포를 격려하고 줄어지는 동포를 합하여 새 생활 건설의 큰 역사에 지도자가 되시오. 저를 잊는 일꾼이 되고 심부름꾼이 되시오!


이번 참담한 영남수재를 기회로 하여 조선민족이 어떻게 살려는 뜻과 힘이 강한 것을 동포에게 힘있게 새로 의식케하고 아울러 남으로 하여금 경탄하게 합시다. 우리는 우리를 누르려는 어떠한 재앙에도 지지 않는다는 힘을 보냅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