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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올림픽 종목서 빠진 '야구 위기'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2. 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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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7. 13 

 

지금의 국제야구연맹(IBA)이 출범하기 전, 국제아마추어야구연맹(AINBA)이 세계야구를 관장했다. 그 AINBA의 수뇌들이 1979년 가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 모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구단주였던 피터 오말리의 초청을 받고서였다. 그 회의에서 64년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시범종목에서도 자취를 감춘 야구를 올림픽에 재진입시키기 위한 시동이 걸렸다. 그리고 84년 LA올림픽, 그 다저스타디움에서 야구는 시범종목 경기를 재개했다.

 

"그날은 화요일이었다. 오전 11시 경기가 시작됐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맞붙었다. 시간적으로나 상대팀 카드로 보나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입장권이 다 팔렸다.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다."

 

오말리는 그 순간을 위와 같이 회고했다. 그는 야구 국제화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과 일본 위주의 야구가 중남미.아시아.호주로 뻗어가는 다리를 놓았다. 도미니카.중국.러시아에 야구장을 지었고 90년대에는 한국(박찬호)과 대만(첸친펑), 일본(노모)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해 메이저리그의 옷을 입혔다. 정리하면 앞장서서 올림픽을 위해 국제회의를 열고 시범경기를 다저스타디움에 유치했으며 그 성공을 바탕으로 국제 저변이 커지자 동양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킨 것이 된다.

 

그러나 야구는 여전히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외면받았고,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2012년 런던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빠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그 고별 무대다.

 

12일 피터 오말리에게 그 소감을 물었다.

 

"매우 아쉽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고의 기량을 갖춘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참여를 원하는 이상, 정식종목으로의 길은 멀다. 정규 시즌이 올림픽과 겹치지 않는 아이스하키나 농구에서 최고의 프로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올림픽을 위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을 중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그러면 내년 3월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올림픽의 대안이 되거나, 정식 종목으로 재진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적인 대회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대만.일본 등 참가국 선수와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대회가 성공하면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는 곧 국제적 저변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 성공을 바탕으로 유소년 야구, 아프리카와 유럽 등 야구 소외국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말은 백번 옳다. 당장 올림픽에 다시 넣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고 당연하다. 한국은 아시아야구연맹 회장국(이내흔)이며 내년 WBC 참가국이다. 움츠릴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뛸 차례다. 국제화의 프론티어로서 횃불을 들고.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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