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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재미로 본 '이름의 전당'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3. 1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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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6. 29

 

"'이름값 한다'는 말 아시죠? 지금까지 '파' '에이스(홀인원)'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버디'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자기 이름대로 그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27일 저녁 미국 스포츠채널 ESPN 아나운서는 이렇게 뉴스를 시작했다. LPGA 투어 US오픈 우승자 '버디 킴' 김주연의 이름이 미국 현지에서 갑작스레 화제가 됐다.

 

골프에 '버디 킴'이 있는 것처럼 야구에도 그런 이름이 있다. 그리고 이름에 얽힌 재미난 사연도 많다. 박찬호는 미국 진출 초창기에 '운동장'을 뜻하기도 하는 팍(Park)이라는 성씨 덕분에 '한국에서 온 낯선 친구'라는 이미지를 덜 수 있었다. 또 야구장 근처 주차장 호객꾼들이 '주차'라는 뜻으로 'Park'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 '박찬호를 응원하는 문구'로 오해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1경기 3홈런을 때린 최희섭은 'Choi'가 '기쁨(Joy)'와 발음이 비슷해서 아주 멋진 의미와 문장으로 일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었다. 그래서 꼽아본다.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빗댄 '이름의 전당(Hall of name)'.

 

▶ 메이저리그

 

아마도 현역 최고의 이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2루수 호머 부시(Homer Bush)일 것이다. '호머'는 야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홈런'의 별칭이기도 한 데다 현직 대통령과 같은 성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명예의 전당에도 들어간 투수 얼리 윈(Early Wynn)은 승리를 뜻하는 윈(win)과 발음이 같은 성을 지녀 통산 300승을 올린 대투수가 됐다는 그럴듯한 주장이 있다. 타자 가운데는 1954년부터 65년까지 6개팀에서 외야수와 1루수로 활약했던 빅 파워(Vic Power)!!의 이름을 따라갈 선수가 없을 것 같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본명이 빅터 펠리페 포브였으나 줄이고 바꿔서 빅 파워가 됐다. 1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뛴 빅 파워의 통산홈런은 126개.

 

▶ 한국프로야구

 

'경기마다 이기는 남자'로 풀이할 수 있는 전승남(전 LG)의 이름이 인사이드피치가 꼽은 최고다. 역대 최다승투수 송진우(한화)도 그의 이름을 투수에게 꼭 필요한 '송진가루(로진)와 친구'라고 풀이할 수 있기에 타고난 야구선수다. 90년부터 92년까지 롯데에서 3년간 뛰었던 유충돌은 슬라이딩을, 90년대에 태평양.현대.쌍방울을 거친 공의식은 선구안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졌다. 사인상(84~86.OB)은 손짓과 몸짓으로 주고받는 사인이 이름 안에 들어 있었고, 안병원(전 LG)은 병원에 '안'가는 이름을 지녀 운동선수로 제격이었다. 올해 최다승후보 손민한(롯데)은 '손이 치사(mean)한' 이름을 가져 변화구로 타자를 잘 속이는지도 모르고, LG코치가 된 송구홍은 이름에 투구가 아닌 송구가 들어 있어 투수가 안 되고 내야수가 됐을지도.

 

<텍사스에서>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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