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1. 27
수 년간 중국을 오가며 현지 이적시장에 뛰어든 에이전트를 만났다. 그는 “중국 구단들 규모가 커진 게 오히려 내겐 안 좋다. 올해는 중국 시장을 아예 접었고, 이적 문제로 거길 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7~8년 전부터 K리그 2군이나 내셔널리그 선수들 중국행에 관여했던 그는 이후 K리그 주전 혹은 로테이션으로 활용됐던 선수들로 ‘레벨’을 올렸다. 그런 그도 최근엔 대륙에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젠 슈퍼리그 구단들이 현재 한국 대표를 하고 있거나 얼마 전까지 태극마크 달았던 더 높은 수준의 선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선수들은 국내에서 그야말로 소수에 불과하다. 그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여기서 레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은 구단마다 하나 뿐인 아시아쿼터로 쓰는 게 일반적인데, 몇몇 돈 많은 구단들은 유럽에서 뛰는 한국이나 호주 선수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용병은 당연히 그 쪽(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영입하려고 할 것”으로 전망했다.
▲ 차이나 머니가 꿈틀대는 중국 슈퍼리그
올 겨울 중국 프로축구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다. 산둥은 29살로 현역 생활 전성기를 달리는 브라질 현역 대표 수비수 지우를 얼마 전 영입했고, 베이징 궈안도 브라질 대표팀 미드필더 헤나투 아우구스투를 데려왔다. 광저우 헝다는 지난 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일등공신 에우케송을 라이벌 상하이 상강에 팔았는데, 이는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의지로 읽힌다. 제니트(러시아)에서 활약하는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헐크가 그 타깃이다. 이 외에도 제르비뉴(AS로마→허베이), 하미레스(첼시→장쑤) 등 ‘빅 리거’들이 중국행을 눈 앞에 뒀고, 루머가 불거지는 대상들은 그 수가 더 많다. 이적료 105억원, 연봉 70억원에 베이징으로 온 아우구스투 얘기가 인상적이다. “중국 클럽이 상상을 초월한 조건을 제시했다. 코린치안스 팬들에겐 미안하게 생각한다.”
최근 ‘차이나 머니’를 바라보는 국내 축구 시각은 ‘중국에 선수를 빼앗기는 일이 개탄스럽다.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이른 바 ‘유출론’에서 ‘중국의 돈을 충분히 횔용, K리그 구단 재정 확충 등에 써야한다’는 ‘활용론’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올 겨울 국내 시장엔 약 100억원의 ‘차이나 머니’가 오면서 국내 이적시장까지 생기가 돌고 있다. K리그 규모가 당장 커질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중국 프로축구 허베이가 26일 (한국시간) 제르비뉴와 3년 계약을 맺었다. / 출처=허베이 화샤 싱푸 웨이보
그러나 중국 시장은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소비자가 실속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다가 돈이 생기자 고급 명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1부 구단은 물론, 텐진 같은 2부 구단까지(물론 이런 자금을 넋 놓고 바라보는 ‘가난한’ 중국 구단들도 많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확보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상황은 한국 축구와 K리그에 꽤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방출 대상을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유럽구단, 선수는 좋지만 재정이 취약한 남미구단에 점점 호재가 되고 있다. 또 앞서 소개한 ‘유럽파 아시아 선수 선호 현상’은 이미 네덜란드에서 뛰는 호주 수비수 트렌트 세인스버리(즈볼레)가 중국으로 향하고, 슈틸리케호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역시 중국 구단 러브콜을 받는 것 등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런 거래는 국내 구단과 큰 상관이 없기도 하다.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 외국인 선수들이 중국 부자구단으로 바로 가는 게 어려워질 확률도 크다. 중국 축구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당분간 커다란 숙제가 될 것 같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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