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2. 03.
‘신태용호’가 가는 2016 리우 올림픽은 세계축구사에 한 가지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 나라가 월드컵 2년 뒤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최초의 케이스로 남기 때문이다. 축구 종목으로 한정해서 보면 브라질 월드컵에 쓰였던 경기장들이 올림픽에서 고스란히 재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리우 올림픽 축구 종목 7개 경기장 중 6개 경기장이 브라질 월드컵 때 증·개축되어 첫 선을 보인 경우다.
한국 축구 입장에선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족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 리우 올림픽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짧은 시간 내 메이저대회 두 개가 거의 비슷한 환경 및 경기장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홍명보호’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치렀던 ‘아레나 상파울루’에서 신태용호가 불과 2년 만에 경기할 수도 있다. 축구는 감독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싸우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환경적 요소들을 잘 준비하고 통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브라질은 축구를 넘어 한국스포츠 전체와 악연이 많았던 곳이다. 농구 핸드볼 등 다른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뤄낸 적이 드물다. 다만 신태용호 앞엔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교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면밀하게 분석, 악재를 최대한 줄인다면 브라질이 ‘기회의 땅’으로 변할 수 있다.
다행히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해 초 ‘브라질월드컵 백서’를 역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펴냈다. 16년 만에 1무2패로 초라한 성적을 챙기고 들어온 터라 백서를 통한 자기 반성이 뜻 깊었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도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백서를 통한 브라질 월드컵 실패 요인은 ①소속팀 후보 선수 선발에 따른 경기 감각 저하 ②주전과 비주전의 뚜렷한 구분 ③단조로운 전술 ④선수단 내 단일 목표 설정 ⑤베이스캠프(미국·브라질 모두) 선정 논란 ⑥황열병 주사에 따른 컨디션 저하 ⑦평가전 횟수 및 장소 ⑧감독 등 선수단의 미디어 대응 방식 실패 등으로 간추릴 수 있다. 이 중 ①~④은 코칭스태프가 중심이 되어 준비해야 하는 ‘축구적·전술적’ 부분이지만, ⑤~⑧은 협회와 축구계가 지혜를 모아 이겨낼 수 있는 성격이다.
▲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지난 달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리우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최승섭 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물론 두 대회가 다른 점도 있다. 월드컵은 선수단이 매 경기를 치르고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는 반면, 올림픽에선 선수단이 대회 기간 중 베이스캠프 없이 (3~4일마다 경기가 열리는 탓에)다음 도시로 바로 이동하는 게 다르다. 또 월드컵은 6월에, 올림픽은 8월에 벌어지기 때문에 날씨도 약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에서 브라질 월드컵과 리우 올림픽은 역대 어느 토너먼트보다 비슷한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축구협회는 이미 2년 전 월드컵 때 베이스캠프로 썼던 상파울루 인근 이투가 이동거리나 날씨 면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우승팀 독일이 체류했던 사우바도르 등에 올림픽대표팀 캠프를 차려 2주간 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올림픽 본선 출전국과의 경기 등 효율적인 평가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신태용호를 둘러싼 지원도 일본 못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협회는 지난 달 31일 신태용호 환영식 때 ‘이젠 2회 연속 메달을 향해!’, ‘비욘드 2012(2012년 이상)’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사실 아시아 국가가 올림픽 메달을 두 대회 연속 따내기는 녹록지 않다. 전례도 없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얻은 교훈은 그래서 리우 올림픽 때 웃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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