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2. 17.
최근 중국 축구 돈 씀씀이를 ‘황사 머니’로 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황사 머니’란 단어는 국내 축구판에서 만큼은 대명사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렇게 칭하는 게 합당한가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다.
중국의 투자는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미 세계적인 굴지의 기업을 인수하고, 외국에 대한 자본 투자를 대폭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 이런 돈을 ‘황사 머니’로 부르는 경우는 아예 없다. 대체로 중국 영문 이름인 차이나를 붙여 ‘차이나 머니’로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외국에서도 통하는 용어다. ‘블룸버그’ 등 굴지 미디어에서도 중립적 느낌이 묻어나는 ‘차이나 머니’를 쓰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보편화되고 있다.
▲ FC서울 오스마르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경기를 벌이는 가운데, 광저우을 응원하는 팬들이 열띤 응원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 사막에서 모래와 먼지, 오염 물질이 뒤섞여 한국이나 일본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뜻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해로운 영향을 준다. 그런 ‘황사’란 수식어를 중국 축구판에서 흘러나오는 돈 앞에 우리만 쓰고 있으니 상대편도 반가울 리 없다. 한국어에 능통한 한 중국 구단 관계자는 “많고 많은 단어 중에 왜 황사를 쓰는 지 모르겠다”며 “중국인 입장에선 당연히 불쾌한 단어”라고 했다. 중동에서 쓰는 돈을 ‘오일 머니’로 칭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오일 머니’는 그야말로 돈의 원천이 석유나 가스에서 나오는 성격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세계적으로도 공용적으로 쓰인다. ‘황사 머니’하고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한국 구단이 쓰는 돈에 ‘김치 머니’란 닉네임이 붙는다면 어떨까.
축구는 이제 미국과 중국, 호주에서도 꽤 인기를 끄는 세계 제일의 글로벌 스포츠로 성장했다. 축구를 보면 그 나라 사회까지 반영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축구, 다른 나라의 축구산업을 바라볼 때도 존중하는 마음, 즉 ‘리스펙트’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미디어를 포함한 우리 축구계가 그런 리스펙트를 최근 살짝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란 느낌이 든다. 지난 달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도 한국에 대한 일본과 중동 측 반발이 적지 않았다. 사실 실력이 뒤지는 팀 입장에선 경기를 끈적하게 하는 게 당연할 수 있고, 이는 축구를 꽤 한다는 남미나 유럽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축구를 중동의 국민성과 연관지어 해석하려는 것이 합당한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륙에서 부는 축구 바람은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들어 범위가 더 넓어졌다. 아시아쿼터제를 이용한 수비수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 진출을 넘어 감독, 공격수, 피지컬 코치, 의무 트레이너 등 축구 전반적인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진출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도 빅클럽으로 불리는 곳들이 유럽 감독과 선수를 직접 데려오고 있어 향후 중국 축구와 한국 축구 상관관계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만큼은 국내 축구인들 먹거리가 넓어진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충분하다. 중국 축구에 대한 이해와 상대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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