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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외처장군(畏妻將軍)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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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1930년대에 <플라톤의 미국기행>이란 문명 비평의 책이 나왔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본떠 시공을 초월, 소크라테스가 아내인 크산티페와 제자들을 거느리고 미국을 여행하며 현대문명을 비평하는 형태로 돼 있다. 유명한 공처가인 소크라테스는 공처가용 매맞는 남편의 집을 둘러보고 미국이 고대 희랍보다 발달한 증거라고 부러워했다. 이를 크산티페가 듣고 눈을 흘기자 정색을 하고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사나이가 적당히 공처가여야만 조화가 되는 법인데 격리 수용은 그 조화를 깨는 것이라 둘러댔다 한다.
 
도를 넘기면 지탄받는 공처 문화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부부 권력균형을 위한 필요악인지 모른다. 우리 야사에 그 공처문화의 보편성을 암시하는 외처 장군(畏妻將軍) 이야기가 있다. 아내를 몹시 두려워하는 외처 장군이 교외에 푸른 기와 붉은 기를 꽂고 "아내를 두려워한 자는 붉은 기 아래, 아내가 두렵지 않은 자는 푸른 기 아래에 가서 서라"고 명령했다. 모두가 앞 다투어 붉은 기 아래 가서 섰는데 한 병사가 유일하게 푸른 기 아래 가 서는 것이었다. 외처 장군이 이 병사를 무수히 칭찬하고 무슨 재주로 무섭지 않게 됐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항상 주의 하기를, 사나이는 셋만 모이면 음담패설을 하게 마련이니 세 사람 이상 모이는 곳에는 결단코 가지 말라 해서 아무도 없는 이곳에 와 있는 것입니다"했다. 이를 빗대어 누군가가 시를 짓기를 "홍기 아래 호령하는 대장군은 많아도 청루(妓生집) 위에 큰소리치는 대장부는 보지 못했다"고….
 
중남미에서는 공처가끼리 개구리 브로치를 달고 합심하여 자구책을 추구한다. 중남미의 개구리는 수컷이 볼때기 주머니에서 올챙이를 기른 데서 공처가 마크가 됐다 한다. 유럽의 공처가 회원 마크는 화살 꽂힌 오리인데, 오리과의 새들은 암놈이 수놈을 선택하기에 그 앞에 갖은 아양을 떤다 해서 화살 오리 마크가 발상된 것이라 한다.
 
16년간 결혼 생활하면서 수시로 아내에게 손찌검 당하고 퇴직금을 빼돌리고자 정신병원에 입원당하기까지 하다가 이혼소송으로 아내를 떠나 살 수 있게 된 공처가가 보도되었다. 외처 장군 이야기로 미루어 매맞는 남편의 집이 생겨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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