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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돌아온 솔이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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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솔이는 강원도 오지에 사는 잡종 애완견이다.
 
아들 딸 여의고 혼자 사는 할머니와 더불어 살아왔다. 한데 어느 날 큰 길가에 나갔다가 달리는 차에 치여 솔이는 두 뒷발을 쓰지 못하게 됐다. 위축된 채 복부에 붙어 펴지도 움츠리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누워서 살던 솔이는 차츰 움직이게 되어 엉덩이를 쳐들고 앞발만으로 껑충껑충 걷기도 하고 때로는 달릴 수 있게도 됐다. 그런 대로 정들이고 사는데 어느 날 개장수가 와서 팔기를 권하기에 할머니는 가져가라고 했다. 트럭 뒤 철사 그물 속에 팔려가는 솔이를 보고 할머니와 동네사람들은 맞붙들고 울었다. 떠나갈 때 노려보던 솔이의 눈매를 할머니는 꿈 속에서 자주 보고 괴로워했다.
 
그러고 두 해를 지난 수일 전 동네 밭두렁에 뒷발없이 걷는 솔이가 나타난 것을 동네사람이 안아들고 할머니에게 안긴것이다. 이때 떠날 때처럼 동네사람들이 모여 울었다. 그리고 엊그제 SBS '세상에 이런 일이' 시간에 솔이가 방영된 것이다. 솔이가 팔려간 뒤를 좇아보았으나 이리저리 넘겨져 추적이 불가능했고, 멀리 강원도 밖으로 팔려나간 것밖에 알 길이 없었다.
 
조선조 후기의 문헌 <송천팔담>에 함경도 경성의 한 아전이 정들여 기르던 개를 두만강 건너 오랑캐 상인이 욕심내 팔았다. 한데 수년 후 강건너 돌아와 아전의 바짓가랑이 물고 꼬리를 흔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진돗개 백구가 팔려갔던 대전에서 7개월 동안 300㎞나 떨어진 진도 고향집에 찾아와 감격을 안겨주었었던 것은 93년의 일이다.
 
전란 중인 크로아티아에 두고 온 개 데니가 주인찾아 500㎞나 되는 베오그라드 난민촌을 찾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24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오리건까지 미국 대륙의 4분의 3을 횡단하여 집에 돌아온 것이 개의 세계 최장 귀가기록이다. 하지만 모두 네 발이 건장한 개들인 데 비하여 뒷다리 없는 솔이의 귀가는 그 충직농도로 따져 세계적이고 역사적이 아닐 수 없다.
 
고향집의 정을 찾아 헤맨 2년 동안 앞다리로만 껑충껑충 뛰는 가엾은 몰골을 보고 많이들 동정했을 것이다. 더러는 그 처량한 모습으로 목적을 행해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고 울기도 했고, 더러는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용기도 얻었을 것이다. 이제 할머니는 솔이와 더불어 나란히 묻힐 참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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