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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중국 슈퍼리그, 비정상은 결국 수정될 수밖에 없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1. 2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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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5. 31

 

지난해 거액을 쏟아부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 프로축구(슈퍼리그)가 올해 새로운 뉴스로 축구계에 또 이슈를 일으켰다. 정규시즌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2월 초 기존 ‘외국인 4명+아시아쿼터 1명’의 용병 제도를 외국인과 아시아쿼터 상관 없이 무조건 3명으로 줄이고 23세 이하(U-23) 선수를 하나씩 넣는 것으로 바꾸더니 올 여름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지불하는 이적료 만큼을 축구발전기금 형식의 세금으로 내는 방안이 확정됐다고 한다. 외국인 만큼 U-23 선수를 그라운드에 세우는 규정도 대두되고 있다.

축구발전기금 규정이나 U-23 선수 추가 투입 구상은 ‘축구적’으로 봤을 땐 ‘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 개막 직전에 외국인 쿼터를 줄여 구단마다 1~2명의 수준급 선수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물론 이적료 없는 선수를 큰 연봉에 데려오는 등 편법이 존재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적료 10억 짜리 선수를 20억 들여 영입하라’는 규정에 각 구단들이 움츠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U-23 추가 투입 규정도 전세계에 없는 것이다. 선수의 수명이 갈수록 길어지고 30대 초·중반에 전성기를 맞는 현역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실제 상황과 어긋나면서 각 구단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 중국 슈퍼리그 2017시즌 개막전에 풀타임을 소화한 홍정호.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중국 축구에 능통한 이들은 슈퍼리그의 이런 제도 변화가 ‘필연’이라고 설명한다. 왜 이렇게 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한 관계자는 “중국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다. 지난 1~2년간 지출을 대폭 늘렸지만 정작 중국 축구의 발전이 얼마나 이뤄질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명문 상하이 선화는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인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상하이 선화)에 연봉 550억원(추산)을 안겨 데려왔다. 또 2년 전부터 파울리뉴와 알렉스 테이세이라, 하미레스, 오스카, 헐크 등 브라질 현역 국가대표들을 수백억의 이적료와 연봉으로 영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자연스럽게 슈퍼리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도 늘어난 게 사실이다.

비정상은 결국 정상을 향해 수정될 수밖에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와 광저우 헝다의 성공 등으로 축구 붐이 일어났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에드 우드워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부회장은 한 해 1000억원 이상을 무난하게 쓰는 중국 구단들의 광폭 행보를 보면서 “유럽 구단 입장에선 거액을 받고 선수 팔아치울 시장이 생겼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는데 중국 입장에선 조롱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또 슈퍼리그의 이런 엄청난 지출이 해외 구단과 실력 없는 중국 선수들의 배만 채워줄 뿐, 정작 중국 축구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의문 부호가 달리기도 한다. 그런 ‘비정상’을 제어하고, 다시 ‘정상’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축구발전기금이나 U-23 추가 투입 제도 등이 실행 단계에 올랐거나 검토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슈퍼리그의 변화는 K리그에 시사하는 게 크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중국처럼 K리그에 대규모 지출이 벌어지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축구 굴기’에 따른 중국의 투자와 그에 따른 부러움이 아니다. 실력과 시장에 맞지 않는 씀씀이가 이뤄졌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통시적이면서 종합적인 분석이다. 펠레를 연봉 350만 달러에 스카우트했던 1970년대 북미프로축구(NASL)부터 2000년대 이후 중동과 러시아 리그(특히 안지 마하치칼라 등 몇몇 구단) 등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으로 돈을 쓴 리그들은 결국 대가를 치르곤 했다. 지금의 슈퍼리그는 비정상의 강도가 더 크다. K리그와 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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