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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정적(政敵)을 죽인 신유박해

풀어쓰는 茶山이야기

by econo0706 2007. 7. 1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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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3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신유교옥(辛酉敎獄)은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탄압도 함께 포함된 역사적 비극이었습니다. 신유(1801)년의 옥사(獄事)에 연루되어 18년의 모진 귀양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다산은 3년 뒤에 맞은 자신의 회갑해를 기념하여 자서전 격인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2본(광중본(壙中本: 무덤에 넣을 자서전)과 집중본(集中本: 문집에 넣어 전해질 자서전)을 작성하였습니다.
 
그 일을 마치고 난 뒤에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으나 정치적 반대파라는 이유로 천주교 신자라는 모함과 누명을 쓰고 죽어간 억울하기 짝이 없는 선배나 친구들의 일대기를 작성했습니다. 성호 이익의 학문을 계승할 큰 학자로 추앙되던 녹암 권철신(鹿菴權哲身), 성호의 종손(從孫)으로 다산이 가장 따르며 가르침을 받았던 박학한 학자 정헌 이가환(貞軒 李家煥)이나 복암 이기양(茯菴 李基讓)등 당대의 실학자들이 옥중에서 죽어가고 귀양지에서 죽어간 참담한 이 이야기를 그들의 「묘지명」(墓誌銘)이라는 이름으로 저술하였습니다.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연루되어 망명(亡命) 중에 있던 필자는 신유탄압과 광주의 양민학살이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서 한문으로 된 그 글들을 읽다가 이것을 번역하여 세상에 알리고 잡히면 죽자는 심정으로 그 글들을 번역하였습니다. 다산의 자서전을 포함하여 그 억울한 죽음의 주인공들의 일대기를 번역해두었다가, 1982년 초봄 감옥에서 나와 다시 손을 보아 1983년 ‘창작과비평사’에 넘겼고, 그것이 1985년 겨울에 마침내 창비신서70인 『다산산문선』(茶山散文選)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책이 출판된 85년 12월에는 이미 ‘창작과비평사’라는 출판사는 폐간되었기에 그 책에 대한 일체의 보도는 없었고 서평 하나 없는 책이 되고 말았지만, 그 글들은 필자가 최초로 번역한 글들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권철신, 이가환, 이기양, 오석충, 정약전 등 당대의 학자이자 실학자들이 얼마나 억울하게 죽어갔는가는 그 기록에 정말로 자세합니다. 폐악한 권력이 저지르는 죄악상을 그 책은 다산의 솜씨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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