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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다산과 천진암(天眞菴)

풀어쓰는 茶山이야기

by econo0706 2007. 7. 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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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천진암, 다산이 생존하던 때에는 현재의 남양주시 마재 마을은 광주 땅이어서 다산의 고향에 있는 절이었습니다. 마재 마을에서 강을 건너 분원(分院)쪽으로 오면 걸어서도 가까운 곳이 천진암이었습니다.
 
귀양살이 떠나기 전의 어린 시절에서 젊은 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나면 찾아가던 곳이 천진암이었습니다. 그곳에 다녀오면 항상 시를 짓고 글을 지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다산의 생활습관이었고, 이는 해배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산의 나이 36세이던 1797년 여름 단오날의 명절을 맞아 형제들과 천진암을 찾아 노닐며 시를 짓고 글을 썼던 기록이 있습니다. 신록이 우거져 참으로 아름답던 계절, 그 무렵의 아름다운 다산의 시들은 정말로 절창(絶唱)이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巖阿層疊抱祗林 經卷香爐深復深 바위 언덕 첩첩으로 절집을 싸고 있어 불경이며 향로며 그윽하고 깊어라
澗草雜靑黃綠色 山禽交十百千音 개울가 풀이야 청·황·녹색으로 섞여 있고 산새들은 열에 백에 천가지 소리로세
李檗讀書猶有處 苑公棲跡杳難尋 이벽(李檗)이 책 읽던 곳이야 있건마는 원공(苑公)이 머물렀던 곳 아득하여 못 찾겠네
風流文采須靈境 半日行杯半日吟 풍류와 문채도 신령스러운 곳이라야 제격인데 한 나절은 술잔 돌리고 한 나절은 시 읊었네
 
 「단옷날에 두 형을 모시고 천진암에서 놀다」라는 제목의 시 세 편 중의 마지막 편입니다. 나라와 민생에 눈을 팔지 못하고 근심과 걱정으로 살아가던 다산, 아름다운 초하의 산속 경치에 젖어 만가지를 잊고 자연의 흥취에 빠진 시심이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한나절은 술을 마시고 한나절은 시를 읊는다는 표현은 얼마나 멋진가요.
 
여기의 이벽은 천주교 초창기의 큰 공로자임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일이고 한때 이벽이 천진암에서 글을 읽은 것도 다 알려진 일입니다. 다만 원공은 잘 알려지지 않아 무슨 천주교 관계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속성은 정씨(丁氏)로 다산이 어린 시절에 만난 적이 있는 스님이었습니다. 호는 청파대사(靑坡大師)이고 법명은 혜원(慧苑)이어서 원공이라 했습니다. 그걸 모르고 그 시가 천주교와 관계있는 것으로 크게 게시해 놓은 천진암의 오늘의 모습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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