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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카타르 월드컵이 보여준 인생교훈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3. 2. 1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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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6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그 진한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표팀에만 가면 부진해 온갖 비난을 받았던 아르헨티나 메시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기어코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축구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영광을 얻은 메시는 '축구의 신'이 됐다.

득점왕에 오른 프랑스 음바페는 이제 겨우 24세로 앞으로 축구와 관련한 모든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카타르 월드컵은 초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잡고, 일본이 독일을 잡는 등 이변이 벌어져 관심을 끈데다 매 경기 박진감 넘쳤고, 역대 최고의 결승전으로 마무리했다.

대한민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을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들은 아마 향후 30년 동안 그 감동과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워낙 화제가 많아 조용히 묻혔지만, 나에겐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들이었다. 거의 모든 조의 2위는 대한민국처럼 '경우의 수'를 따진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팀과 비기기만 해도 되는 팀의 각축이 벌어졌다.

A조를 보자. 1승 1무의 에콰도르와 1승 1패의 세네갈이 붙었다. 에콰도르는 네덜란드와 승점, 골득실차, 다득점까지 똑같은 공동 1위였다. 네덜란드에 0-2로 진 세네갈과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보해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전력상으로도 에콰도르가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1-2 패. 에콰도르는 여유 있게 경기하다가 전반 끝나기 직전 불의의 골을 먹었다. 다급해진 에콰도르는 후반 22분 동점 골을 넣어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불과 3분 만에 또 골을 먹고 물러났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세네갈에 기 싸움에서 밀렸다.

 

▲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대충'은 '실패'와 같은 말이다. / 사진=FI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B조의 이란-미국도 비슷했다. 1승 1패의 이란은 2무의 미국과 비겨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0-1로 져 탈락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기를 본 결과 마지막 경기에서 비겨도 되는 팀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팀과 맞붙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정신력은 옛날 구닥다리 지도자들이나 강조하는 거라 하지만 지금도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사례는 너무 많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1995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애틀랜타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전이 생각난다. 당시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만 만나면 맥을 추지 못하던 중국이 당시 엄청난 실력으로 1위를 질주했다.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 중국은 비기기만 해도 되고,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전력상 중국이 한 수 위였다. 드디어 중국이 공한증에서 벗어나면서 올림픽에 출전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중국이 좌우 빠른 공격수들을 빼고 수비를 보강했다. '지지 않겠다'라는 안전 전략이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국 선수들은 총공세를 펼쳤다. 전반 이른 시간에 골을 먹은 중국은 당황했다. 그제야 공격으로 전환했지만 이미 흐름을 뺏긴 상태에서 한국에 연거푸 역습을 허용했다. 결과는 한국의 3-0 완승. 절호의 기회를 놓친 중국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공한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 삶의 자세도 비슷하다. 항상 '불굴의 정신'만 강조할 수 없다. 아니, 그래서는 살 수 없다. 하지만, 입시라든지 취업이라든지 사업 등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대충'은 '실패'와 같은 말이다. 평소에는 '중간'도 나쁘지 않지만, 승부처에서 중간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탈락과 연결된다.

학벌, 재산, 부모 후원 등 분명히 객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서도 배웠으면 좋겠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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