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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월드컵 우승 후보팀과 경기 운영 비교 말라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3. 2. 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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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06

 

브라질과의 16강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생각은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터키와의 3∼4위전에서 2-3으로 졌을 때와 정확하게 겹쳤다.

괜찮다. 됐다. 뭘 더 보여주려고 하지 마. 너희는 충분히 보여줬고, 우리는 충분히 즐겼다. 수고했다. 고맙다.

16강전이 벌어지기 전날, 브라질의 마지막 훈련장에서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브라질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카메룬에 0-1로 졌다. 이미 2승으로 조 1위를 확정한 브라질은 이날 경기에 네이마르, 시우바, 히샬를리송, 알리송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쉬게 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마르가 발목을 다쳤고, 몇 명이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전날 훈련에서 네이마르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영원한 우승 후보인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은 똑같은 조건에서 맞붙어도 버거운 상대다. 그런데 포르투갈 경기에 온 힘을 다 쏟아부은 한국이 16강전을 위해 힘을 비축한 브라질을 만났다. 바닥난 체력을 정신력으로 메우기에는 브라질이 너무 강했다. 한국 선수들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들과 한국과 같이 16강 진출이 목표인 팀의 운영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 매번 확인하는 거지만 브라질은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는 팀이다. 조별리그보다 16강, 16강보다 8강전이 더 세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직력도 강해지고, 패스도 정교해진다.

 

▲ 벤투 감독과 함께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4년간 대장정은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 사진=K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반대로 한국 등 언더독들은 16강 진출을 위해 조별리그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체력을 비축하는 전략은 사치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처음부터 너무 악으로, 깡으로 덤비지 않았다면, 전반전에는 침착하게 잠그기를 했다면, 이강인을 좀 일찍 기용했다면, 어차피 뒤집기가 힘드니 한 번도 안 뛴 선수들에게 월드컵 경험을 하게 해줬다면.

하지만, 이건 그저 아쉬움일 뿐이다. 비난이나 질책이 아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주장인 손흥민이나 골을 넣은 백승호가 "죄송하다"라고 했다. 1-4라는 결과가 새벽까지 응원해준 국민에게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선수들은 충분히 다 했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것도 진한 감동까지 선사하면서.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래도 이걸로 충분하다.

벤투 감독과 함께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4년간 대장정은 16강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성적과 함께 김민재(24), 조규성(24), 이강인(21)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

모두 수고했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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