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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월드컵 축구의 '톨레랑스'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3. 2. 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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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9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은 메시와 음바페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과연 예상대로 밤잠을 잊을 정도의 명승부였다. 연장전까지 여섯 골 중 다섯 골이 두 선수의 득점(음바페 해트트릭, 메시 두 골)이었다.

아니, 솔직히 후반 30분까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수준이었다. 전반전 2-0에 프랑스는 슛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아르헨티나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역대 월드컵 결승전 중 가장 김빠진 경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음바페가 분연히 일어나 극적인 반전을 이끌었다. 결론은 가장 극적이고, 가장 재미있는 결승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유럽과 아프리카 팀의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프랑스가 계속 선수를 교체하다 보니 어느새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이 모두 유색인 선수였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전원이 백인이었다. 유니폼마저도 흰색 계열(아르헨티나)과 짙은 청색(프랑스)이어서 완전한 흑백 대결이 됐다.

 

▲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사진(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왼쪽·위)와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 선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 / 자료=FI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랑스는 24명 선수 중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유색인이다. 특히 13명은 아프리카 이민 2세들이다. 부상으로 빠진 벤제마까지 포함하면 25명 중 14명이 아프리카계다. 50%가 넘는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콩고민주공화국, 세네갈, 카메룬, 토고, 말리, 알제리 등이다. 음바페도 아버지는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 출신이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변화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라고 봐야 한다. 94년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프랑스는 5년 동안 절치부심, 자국 월드컵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차지한다. 당시 에밀 자케 감독은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다양한 인종의 선수들을 뽑았다. 최고의 선수였던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티에리 앙리, 릴리앙 튀랑 등 아프리카계 선수를 앞세워 결승에서 브라질을 3-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이때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후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유색인종 비중은 점점 커졌고, 98년 우승 멤버인 디디에 데샹이 감독을 맡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도 23명 중 14명을 아프리카계로 구성해 또 우승을 차지했다. 데샹 감독은 이번에도 감독을 맡아 2연속 월드컵 우승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프랑스 대표팀에 유색인이 많은 사실에 대해 '톨레랑스'(관용) 정신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다.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게 과연 프랑스 축구냐'라는 시각도 있다. 프랑스 인구 구성을 보면 백인이 80%다. 나머지 20%가 유색인종이며 아프리카계는 8% 정도로 본다. 아무리 톨레랑스라고 해도 비율이 너무 치우친 면이 있다. 더구나 프랑스는 미국과 같은 이민 국가가 아니다. 이민자 대부분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은 지역 출신이다. '검은 프랑스'를 혐오하는 백인우월주의가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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