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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正面突破)] 단점만 이야기 하면 답 없다!

--최익성 야구

by econo0706 2022. 12. 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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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16.

 

1년에 한번 정도 동기모임을 가진다. 유지현, 서용빈, 최동수, 허문회, 조원우, 고형욱, 김한수, 김태균이 동기다. 이들 외에 많은 동기들이 프로와 아마에서 지도자·스카우트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는 스무명 남짓 모였다. 프로에 있는 동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많이 바쁜듯 하다. 주로 아마 야구에 있는 동기들이 얼굴을 마주한다.

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아마추어 야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프로야구는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지탱하는 아마 야구는 심각하다는게 공통 의견이다. 나는 아마야구 중에서도 우선 대학야구의 중요성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 원광대가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대학야구하계리그 결승에서 건국대를 4-0으로 꺽은 뒤 김준환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 대한야구협회


요즘 강연하느라 현장을 다니며 느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고교선수들이 프로지명을 못받으면 야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거다. 내가 볼때, 너무 빨리 야구를 포기한다. 프로에 가고 성공을 보장 받아야 야구를 계속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프로가 아니어도 야구할 기회는 있다. 대표적인게 대학 무대다. 내 세대만 해도 다들 대학 졸업하고 군대 다녀온 뒤에도 10년 이상 프로야구 생활을 했다. 류중일, 선동열, 양준혁, 마해영 모두 대졸이다.

대학 야구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고교선수의 진학률이 떨어져서 그렇지, 원래부터 대학 야구가 유명무실 하지 않았다. 또한 야구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면 20대 중반 이후에도 도전할만 하다. 야구는 뼈가 단단해지고 근육이 무르익어야 제대로 승부를 걸 수 있다. 야구는 타종목에 비해 꽃이 늦게 핀다.

현재 신인드래프트를 보면 고졸 지명이 주류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고졸이면 성장이 덜 된 약관의 선수들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물지 않은 상태다. 이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선수와 경쟁해 이길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볼 때 어려운 승부다.

나이에 따른 실력 격차는 생각보다 크다. 고교 1학년과 3학년, 대학 1학년과 3학년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프로도 마찬가지다. 막 프로유니폼을 입은 19살과 프로물을 꽤 먹은 20대가 경쟁하면 답은 뻔하다. 특출난 극소수만 제외하면 대부분 1군 승격이 아닌 2군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 동국대가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 결승전에서 건국대를 3-1로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뒤 이건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대한야구협회

 

그렇다면, 프로 지명을 못받은 경우, 대학에서 자신을 담금질 하면 된다. 2년후 얼리 드래프트로 프로를 노크할 수 있고, 그래도 부족하면 2년 더 채워 프로에 도전하면 된다. 대학과 달리 프로는 1년 못하면 바로 짤릴 수 있다. 그러면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렵다. 대학 무대는 다르다. 야구 외에 다양한 인생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사실 내가 진짜 하고픈 말은 다음과 같다. “지명 못받은게 실패는 아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감지된다. KBO리그에서 지난 10년간 대졸 지명은 후순위로 밀렸다. 그런데 프로에서 대학선수, 독립리그 선수를 조금씩 뽑고 있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JTBC ‘최강야구’를 봐도 대졸 선수들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믿음에 실력이 뒷받침 되면 군제대 후에도 도전할 수 있다.

그러니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고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자. 지명받지 못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호명되지 않는다고 끝이 아니다. 각 구단에서도 즉시전력감이 될 대졸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대졸이 이전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이 과도기라는게 나의 판단이다.

물론 프로 지명이 최고의 척도이며 대학야구나 독립리그가 절대적 대안이라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사고의 전환’이다.

여전히 대학야구의 수준을 탓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야구의 수준 상향,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선수와 부모의 ‘의식 변화’다. 대학에서도 할 수 있다는 의식전환이다. 그래야 환경도 따라서 좋아진다.

지금까지 많은 야구 호사가들은 대학 야구의 문제점만 끊임없이 지적했다. 그 중에 귀담아 들을 부분은 분명 있다. 하지만 나는 단점 보다 대학야구의 장점을 짚고 싶다. 단점만 논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장점을 키워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이는 야구의 절대 덕목이다. 단점만 이야기하면 답이 없다. 전체 야구의 발전을 위해선 대학야구를 비롯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

 

최익성 / 저니맨 대표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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