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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正面突破)] 이럴거면 선수협 회장, 은퇴선수에 넘겨라

--최익성 야구

by econo0706 2022. 12. 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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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30.

 

나는 선수협 회장 자리를 놓고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 표현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후배를 위한 맑은 물잔’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잔 안에 ‘독’이 들었는지 ‘물’이 들었는지 모른다. 쉽게 단정짓지 말자. 그런데 지금은 당연히 ‘독잔’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야구계 후배들이 단어에 현혹되어 한쪽으로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를 돌아보자. 야구계 선배들은 그 자리에서 독이 든 선배를 ‘약’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100억 이상 FA계약이 나오지 않나. 후배들도 독을 약으로 바꿀 사명감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지금 100억대 계약이지만, 더 좋은 장치를 만들어 200억을 받을 수 있다. 비주전 선수들의 환경도 개선 가능하다. 물론 힘든 자리라는 건 안다. 마시고 죽을수도 있다. 하지만 독을 먹는다고 다 죽는게 아니다.

이젠 20년 이상 변함없는 구조를 깨야 한다. 좋은 건 계승하고 나쁜건 혁파해야 한다. 무섭고 두렵다고 해서 회피하면 발전은 없다. 특히 프로야구는 타종목의 롤모델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에 가장 먼저 선수협을 만든 곳이 프로야구다. 100억대 계약을 보며 타 종목 선수들도 부러워한다. 프로야구가 전체 프로스포츠를 이끈다고 자부해야 한다.

▲ 선수회를 주도해 성공적으로 이끈 당시 현역 선수들. / 스포츠서울DB

 

20년 전, 선수협이 발족할 때, 우리는 ‘후배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전체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독이 든 성배를 맑은 물로 바꿔야한다. 그래야 다른 종목도 따라온다. 선수협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덕을 보는 존재가 있다.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 이익을 보는 영역이 있다는 점도 꼭 말해두고 싶다.

개개인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이번처럼 선수협 회장을 아무도 안하려고 하니 선거방식을 바꾸자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의식을 바꾸는게 우선이다. 이름값이 아닌 후배를 위한 마음, 스포츠산업에 대한 지식, 그리고 사명감을 두루 갖춘 이가 출마하고 선출되어야 한다. 지금은 연봉순서대로 후보군을 추리다 보니, 하기 싫은 사람이 당선되고 떠밀려서 일을 맡게 된다.

내부에 대안이 없다면, 외부에서 답을 찾아라. 선수협 회장 자리가 현역 선수들에게 그렇게 부담된다면, 중랑감 있는 은퇴선수를 모셔와라. MLB도 은퇴선수가 한다. 그들의 공약을 보고 듣고 전체 프로야구 선수가 회장으로 뽑으면 된다. 선수협이 그 방식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선수협은 변화해야 한다. 지금은 방향타를 잃어버리고 표류하고 있다. 올곧고 깊게 뿌리 내리기 위해 의식을 바꾸든지, 그게 안되면 구조적 변혁 중에 선택할 때가 왔다. 의식의 변화는 앞서 강조한 사명감이고 구조의 변화는 은퇴선수 등 외부에서 길을 모색하는거다. 수수방관하지 말자. 선수협이 발전하길 바라는 한 야구 선배의 간곡한 바람이다.

 

최익성 / 저니맨 대표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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