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정근우] 내야수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17. 14:12

본문

2022. 04. 05.

 

2022시즌이 시작됐다. 모두 저 마다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 누군가는 시작이 좋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즌은 흘러간다.

 

각광받는 두 명의 유망주,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이재현(삼성 라이온즈)는 모두 내야수다. 나는 2루였지만, 같은 내야수라는 동질감에 두 명의 유망주를 조금 더 눈여겨 보게 됐다. 자세한 부분은 각자의 팀에서 알아서 잘 해주실거다. 이 글에서는 그저 먼저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의 노파심 정도의 얘기를 할 생각이다. '라떼칼럼' 일 수도 있겠다.

 

▲ 김도영(KIA 타이거즈) /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잊으라 말하지 말고, 잊게 해주자

 

야구는 잊어야 사는 종목이다. 매일 벌어지는 경기, 어제를 놓지 못하면, 오늘을 손에 쥘 수 없다. 그래서 잘 잊는 것이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모두가 말한다.

 

나는 데뷔 경기에서 3루수로 나왔다. 첫 타석 안타.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는 견제 아웃 당했다. 안타를 안치느니만 못한 상황이었다. 그때는 2루까지의 거리가 정말 가까워 보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닿을 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느껴진 이유는 들떠서다. 심장소리가 귀에 들렸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실책을 했다.

 

지금은 많이 덜하지만, 그 시절은 실책을 하면, 수비 연습을 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주변의 기대에 의해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졌는데, 벽을 만나면, 움추려든다. 기대에 찬 시선이 부담으로 변하기까지,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았다.

 

베테랑은 실수에 대해 큰 압박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신인은 그렇지 않다. 실책을 하고 난 이후 밤새워 고민해서 털어냈지만, 다음날 구장에 가면 어제 그 상황에 대한 수비 연습을 한다. 잊었던 순간의 재구성이다.

 

'잊어버려'라고 하면서, 다시 어제 그 순간의 기억으로 선수를 다시 밀어 넣게 되는 것이다.

 

입스는 불안에서 시작한다

 

입스(YIPS)는 불안이 증가하면서 평소에 잘 하던 동작을 못하게 되는 증상이다. 야구 선수에게 치명적인 상황은 송구 실수다. 최근 '청춘 야구단'이라는 예능을 찍고 있다. 거기에 찾아오는 어린 선수들이 주로 묻는 것은 '입스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다.

 

어려운 문제다. 전문가분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겪은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렇다.

 

나도 아마추어 때 두 번, 프로에서도 한 차례 입스를 겪었다. 입스가 오게 되는 상황은 간단하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깊어지면서 제대로 던질 수 없게 됐다. 입스가 오면,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엉뚱한 곳으로 공이 날아간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수하면 안된다'와 같은 강박, 그리고 공이 이상한 곳으로 갈 것 같으니까 공을 적당히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예능 '올탁구나'에서 유승민 코치는 이런 말을 했다.

 

"이도 저도 아닌 스매싱은 하지 말라"

 

어중간하게 해서는 네트에 걸리고, 네트를 넘겨봤자 상대가 쉽게 받아낸다는 얘기였다. 입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불안이 만들어낸 소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이도 저도 아닌 송구를 하게 되는 거다. 그때는 '엉뚱한 곳으로 송구 좀 하면 어때'라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선수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실수를 실수로 넘어가 주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줘야 한다. 불안에서 빠져 나오려는 선수의 뒷덜미를 잡고, 다시 그 기억으로 던져 넣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깨닫게 되는 계기가 필요하다

▲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재현(삼성 라이온즈)은 8타수 1안타 삼진 2개, 김도영은 9타수 무안타 삼진 3개를 당했다. 지금은 모두 '불과 2경기 밖에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런 부진이 조금 더 길어지게 되면, 코칭스태프가 먼저 움직이게 된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운의 존재가 중요해진다.

 

실력이 전부인 것 같은 프로지만, 결국 그 실력이 제대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은 '운'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힘 빼고 쳐'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말이다. '힘 빼고 던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힘을 뺀다는 것을 겪어보기 전 까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로 이해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걸 내 몸으로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선수 시절,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던, 동료가 이런 얘기를 했다.

 

"아프고 났더니, 힘 빼고 하라는 말이 뭔지 알겠다'고.

 

그 전까지는 머리로만 이해 했지만, 아프고 난 이후, 그 감각을 알게 된 것이다. 이재현도 김도영도 갖고 있는 것이 많은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계기다. 그건 빚 맞은 안타 일 수도 있고, 볼넷을 골라나가 성공시키는 도루 일 수도 있다. 깨달음은 언제나 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주변의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두 선수의 시즌 개막전은 내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잊자. 그리고 다시 뛰자.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