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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연승과 연패가 팀과 선수에게 주는 영향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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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19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연승과 연패다. 기분 좋은 연승. 기분 나쁜 패배. 그렇게 쉽게만 생각 할 수 있을까?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다지만, 그것이 이어지게 되면 팀과 선수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팀에게서 선수로, 선수에게서 팀으로 이어진 영향은 한 시즌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엔, 미치는 범위가 넓고 크다. 

2022시즌이 아직 10퍼센트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10연승이 한 번 나왔다. 그 주인공은 SSG 랜더스.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내리 열 번을 승리했다. 그러면 SSG 선수들은 이 연승 기간 동안 좋기만 했을까? 

 

그렇다. 좋기만 했을 거다.?

 

물론 이런 영양가 없는 얘기를 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그저 한 번의 농담이었을 뿐이다.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보자. 연승의 장점은 모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경기를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라는 얘기는 많은 선수들이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실제로 그렇다. 다 잘 될 것 같다. 연승 기간에는 그렇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흐른다. 문제는 연승이 끊어진 후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10연승 정도 하면, 한 두 번 져도 쉽게 털어버리고 다시 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선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몇 번의 칼럼을 통해서 얘기했던 것처럼, 매일 경기하고, 매일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불안과 강박이 도도한 강물처럼 흐른다.  

 

특히 어떻게 지느냐가 핵심이다. 뭔가 석연치 않게 졌을 때가 문제다. 보통은 그렇게 되면, 팀 내부에서 투지가 더 끓어오를 것 같다고도 하지만, 실제 선수들의 심리는 불안으로 연결된다.  

 

'운이 다 된건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내일도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같은 있지도 않은, 발생하지도 않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패배일 경우, 타격이 더 크다. 머리 속에 잔상이 이어져서다.  

 

그래서 연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연승이 끊어진 후 첫 경기의 승리다. 머리에 떠오르기 시작한 불안을, 미리 끊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승 후 연패는 기본적으로 '무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긴 하다.  

 

연승의 분위기를 타면, 조금 더 던지고, 조금 더 달린다. 특히 투수진의 운영이 그렇다. 가급적 이어가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조금'이 장기간 이어지면, '피로'가 된다. 기분 좋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그 '피로'가, 패배 후 누적됐다는 것이 느껴지게 되는 그 순간. 연승 할 때의 그 팀, 절대 질 것 같지 않던 그 팀이, '대체 어떻게 연승을 했던거야?'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플레이들이 나오게 된다.  

 

연패의 경우는 분위기가 심각해진다. 팀 내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한다. 처음에 '힘내자', '괜찮다' 같은 말들이 나오지만, 패배가 길어지면서 그런 말들도 사라진다. 누군가 대화를 이어가려고 해도, 대화는 이어지지 못한다.  

 

분위기가 얼음장 같다. 그래서 연패를 길게 하는 팀에게는 기자분들도 잘 오지 않는다. 분위기가 너무 안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선수단이 모래알같이 된다는 거다.  

 

누구나 퓨처스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자기 위치가 불안한 선수들부터 개인 성적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어진다. 연패 중에 개인 성적도 나빠지면, 누가보더라도 퓨처스로 갈 사람은 자기라고 생각된다. 그런 분위기는 점점 팀을 잠식해간다. 


그래서 몇 번의 칼럼에도 적었지만, 연승 후의 패배건, 늘 이어지는 연패건, 잊어야 한다. 그건 선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도움이 필요하다. 뒤가 아닌 앞을 보게 해주려면, 앞을 보라고 해야한다. 뒤에서 소리치면, 선수는 뒤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승과 연패는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라는 일상 속에서 나오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도, 나쁘게도 하는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것이, 평점심을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기분 좋은 이벤트를 맞이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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