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웃사이드 파크] 전쟁 같은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 '눈치와 타이밍, 그리고 베팅'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2. 9. 25. 10:33

본문

2017. 02. 23 

 

전쟁이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각 구단의 영입전이 갈수록 치열하다. 허울뿐이었던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이 없어지면서 더 비싸고 더 거대한 시장이 열렸다.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경력을 지닌 외국인 선수들도 이젠 한국 프로야구로 눈을 돌린다. 구단들이 준비하는 돈 보따리도 점점 두둑해져만 간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의 팀에서 사실상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외국인 에이스들의 활약에 따라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명암이 확연하게 갈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 2년간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는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NC·2015년)와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두산·2016년)였다. 두산은 6년째 에이스인 니퍼트에다 마이클 보우덴이라는 18승 투수가 한 명 더 합류하면서 역대 정규시즌 최다승으로 우승했다. 갈수록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과 팀 성적이 비례하는 일이 많아진다.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외국인 리스트의 비밀 

모든 구단은 외국인 선수 영입 희망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한 번에 작성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후보군에 오를 만한 선수의 영상과 정보를 수집하고, 외국인 선수 담당 스카우트가 1년에 1~2회 미국 출장을 떠나 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마이너리그 경기를 돌아보고 온다. 그 안에서 팀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 닉 에반스. / 사진출처=두산 베어스

 

리스트에 있다고 당장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KBO리그 출신 선수들을 스카우트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년간 꾸준히 지켜보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올해 재계약한 두산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도 그런 케이스다. 두산은 지난해 초 에반스와 세부 조건 합의를 마치기도 전에 계약을 먼저 발표해 버렸다. 그만큼 데려오고 싶은 선수였다는 의미다. 두산은 마이너리그에서 3할 타율에 100타점에 육박하는 성적을 올렸던 에반스를 2년간 눈여겨봤지만, 팀 내 다른 선수들과 포지션이 겹쳐 데려오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김재환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김현수가 볼티모어로 떠나자 1루수와 외야수를 겸하는 에반스에게 다시 눈을 돌렸다. 에반스는 지난 시즌 초반 부진해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중반부터 서서히 제 궤도에 올라 중심타자로 제 몫을 했다. 여기에 김재환까지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사실 각 구단의 리스트 안에는 대부분 비슷한 선수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심지어 일본 프로야구 팀들과도 겹치는 선수들이 많다. 정말 탐낼 만한 외국인 선수라면 프로야구 10개 구단과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이 동시에 저울질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저리거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고 있지만 40인 로스터 진입이 불발된 선수들의 에이전트는 직접 아시아 구단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어필을 하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일본이 1순위였다. 한국 리그에서 뛰는 것을 일본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만 여기는 선수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야구도 위상이 달라졌다. 수준뿐만 아니라 몸값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서다. 일본 구단의 최우선 영입 대상이라면 여전히 ‘머니 게임’에서 이기기 어렵지만, 2순위나 3순위 선수라면 한국 구단도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없는 일본은 아시아 야구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첫 시즌 연봉을 그리 많이 주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들끼리 치열한 생존 경쟁도 해야 한다. 일본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몸값이 훌쩍 뛰어오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팀 별로 3명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첫 해 연봉도 점점 후해지고 있고, 1군 등록은 무조건 보장이다. 같은 값이면 한국에서 뛰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눈치와 타이밍, 그리고 운의 싸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선수 한 명이 여러 구단과 동시에 협상을 벌이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kt가 새로 영입한 왼손 타자 조니 모넬은 국내에서도 영입 경쟁이 치열했던 선수였다. 그 가운데 NC가 가장 적극적이었고, 입단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kt가 협상 막바지에 금액을 더 불렀다. 모넬은 NC 대신 kt와 사인했다. 물론 선수만 중복 협상을 하는 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구단들도 1순위 선수에게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후보군에 든 선수들의 에이전트와 꾸준히 연락하고, 어느 선수가 어떤 팀과 협상하고 있는지 정보도 수집한다. 계약할 생각도 없으면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이 팀 저 팀을 오가며 ‘장난’을 치는 에이전트들을 걸러내는 건 필수. 눈치와 타이밍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조니 모넬. / 사진출처=kt 위즈

 

외국인 선수 담당 스카우트들의 부담감도 극심해진다. 신인 선수 스카우트는 혹여 선수를 잘못 뽑아도 곧바로 티가 나지 않는다. 어차피 즉시전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유망주가 대부분이고, 신인들은 최저 연봉을 받으니 금전적 부담도 크지 않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는 당장 경기에 나서야 하는 것을 넘어 팀의 핵심 전력이 돼야 한다. 연봉도 수억 원부터 출발한다. 무엇보다 마치 로또처럼 성공과 실패를 쉽게 예견하기도 어렵다.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한국 야구에 대한 적응력을 비롯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인 스카우트들이 정신적 피로를 호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행을 망설이는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어렵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리스트 상위 순번에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외국인 관중이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영상과 연고지 시청에서 제작한 지역 홍보 영상까지 미국으로 들고 가 직접 보여줬다. 생소한 지역에 대한 선수들의 두려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아예 외국인 선수 코디네이터를 외국인으로 고용한 구단들도 나왔다. SK는 넥센 외국인 투수 출신인 브랜든 나이트를 스카우트로 기용했었고, 롯데도 소속 외국인 투수였던 라이언 사도스키에게 해외 스카우트 담당 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삼성도 현재 메이저리그 베테랑 스카우트 출신인 마크 위드마이어가 외국인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를 영입할 때도 위드마이어가 좋은 영향을 미쳤다. 

# 외국인 선수 몸값 200만 달러 시대로 

어쨌든 한국 프로야구의 외국인 선수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젊어지고 강해졌다. 예전에는 30대 후반의 노장 선수들이 은퇴를 앞두고 찾아왔지만, 요즘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한국 야구의 문을 두드린다. 수년 전이 아닌 바로 전 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뛰거나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몸값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올해는 마침내 외국인 선수 몸값 200만 달러 시대가 ‘공식적으로’ 열렸다. 첫 장을 연 선수는 지난해 22승을 올린 니퍼트.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름이다. 니퍼트는 올해 210만 달러를 받는다. 공식 발표액 기준으로 KBO 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한화 에스밀 로저스가 받은 190만 달러였다. 

▲ 알렉스 오간도. /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사실 2014년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100만 달러 벽을 넘은 외인 선수는 여럿 나왔다. 니퍼트는 6년간 한국 야구에서 능력을 보여줬지만, 최근에는 KBO 리그에 처음 진출하는 선수들도 200만 달러 가까운 몸값을 받는 추세다. 올해 영입한 한화 알렉시 오간도와 NC 제프 맨십은 첫해부터 180만 달러를 받게 됐고, KIA 헥터 노에시도 170만 달러에 사인했다. 앞서 언급한 로저스도 계약 2년째 만에 2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챙겼다. 그러나 200만 달러는 ‘FA 총액 100억 원’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성역’으로 여겨졌다. 


물론 총액 200만 달러가 넘은 외국인 선수 계약은 이전에도 있었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올해 한화와 재계약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공식 발표 금액보다 돈을 100만 달러나 더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화는 로사리오를 150만 달러에 잡았다고 발표했지만, 한 메이저리그 전문기자가 자신의 SNS에 “로사리오가 한화와 250만 달러에 계약해 팀에 남았다”고 쓴 것이다.

 

안 그래도 올해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충분히 가능했던 로사리오가 보장금액 150만 달러만으로 만족했다는 사실에 의혹이 쏟아지던 참이었다. 한화는 “협상 초기에 로사리오가 구단 제시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요구했던 게 현지에서 와전됐던 것 같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런 의혹을 받은 선수는 그동안 로사리오만이 아니었다. 다만 구단들은 200만 달러 돌파의 첫 번째 케이스를 앞장서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니퍼트는 다행히 그 최초 사례의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동시에 앞으로 몸값 2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외국인 선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배영은 / 일간스포츠 기자 

 

자료출처 : 일요신문 [제1294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