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4. 06
어린 선수들 활약은 언제나 축구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곤 한다. 최근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마커스 래시포드(19) 티모티 포수-멘사(18) 앙토니 마샬(21)을 앞세워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나 아스널도 20세 전후 ‘영건’을 계속 투입하며 이슈를 만들고 있고 손흥민을 18세에 데뷔시킨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그런 경향은 이어지고 있다. 도르트문트에서 최근 데뷔해 3달간 7경기를 뛴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는 아직 만 18세도 안된 나이로 이슈가 됐다. 이탈리아 AC밀란엔 17세를 갓 넘긴 주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있다.
돌이켜보면 K리그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붐 업’ 호재로 곧잘 나타났다. 1998년 당시 20살에 불과했던 이동국을 비롯해 안정환 고종수 등 ‘트로이카’가 나타나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2007년 FC서울이 꺼내 든 기성용(당시 18세)과 이청용(당시 19세) ‘쌍용 카드’도 빼 놓을 수 없다. 박주영 한동원 이현승 이근호 등 20대 초반 선수들과 어우러지며 K리그 흥행에 큰 기폭제가 됐다.
K리그는 지난 2013년부터 23세 이하(U-23·2부는 22세 이하) 선수 출전 조항을 신설했다. 특히 지난 해부터는 아예 11명 선발 명단 중 U-23 선수 하나를 집어넣기로 했다. 사실 요즘 현대축구 트렌드를 보면 23세란 나이도 적은 편은 아니다. 유럽에선 10대 후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20~21살부터 주전으로 누비는 선수들이 꽤 되고 이들로 인해 세계 축구가 새로운 원동력을 찾곤 한다.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에서 23세 이하 선수 비율은 15.8%였으니 팀당 3~4명은 ‘젊은 피’로 채운 셈이다. 네이마르나 하메스 로드리게스,에덴 아자르,손흥민,멤피스 데파이 등은 핵심 선수로 자국대표팀을 리드했다.
▲ 수원 삼성 22세 미드필더 권창훈이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 감바 오사카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간판 공격수 우사미 다카시와 볼을 다투고 있다. / 최승섭 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러나 언제부턴가 K리그엔 신선함과 활력을 전해줄 젊은 선수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 상당수는 2부리그(J2) 등을 통해 돈과 출전 기회를 주는 일본으로 빠져나갔고 아예 10대 어린 나이부터 유럽으로 가는 재목들도 늘어났다. K리그란 토양 자체가 뉴 페이스들이 꿈을 펼치기에 녹록지 않은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강점을 살리기보다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리그 스타일, 대학과 군대 문제 등으로 기량 발전이 쉽지 않은 환경 등에서 어린 선수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프로축구는 결국 축구란 종목을 매개체로 삼아 비지니스를 벌이는 곳이다. 팀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으면 물론 좋다. 하지만 매일,매년 똑같은 상품을 진열대에 내놓는다면 프로축구 구매자들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998년 트로이카와 ‘쌍용’ 케이스는 젊은 선수들이 만드는 리그 흥행 효과를 잘 설명한다.
최근 U-23 제도로 인해 고민하는 구단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 “실력 없는 선수를 무조건 쓰라는 조항이 불합리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K리그와 한국축구 발전이란 ‘큰 틀’을 본다면 U-23 규정은 어린 선수들이 날개를 펴기 위한 촉진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K리그에 신선함을 가져다주고 미래엔 이적료 등을 통해 구단 수입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학원이나 클럽에서 축구를 배우는 10대 어린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올해 부활한 R리그(2군리그)와 함께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K리그 전체 비지니스에도 큰 메리트가 될 것으로 본다. K리그가 가야할 길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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